날 먹어요
아녜스 드자르트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미리암은 위조한 서류들로 대출을 받고 작은 식당을 연다.
화려하고 트렌드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가게가 아닌
자신이 할 줄 아는, 애정이 담긴,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으며
가족에게 만들어주는 그런 요리를 만들고 싶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들
미리암이 요리를 만들어 먹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뭔가 살짝 부족하고 쫓기는 듯한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자신의 식당에 이름을 부여하기를 거부하고
널리 알려지기도 원치 않으며 눈에 띄지 않게
문득 깨달아보면 그곳에 있었던 듯 그렇게 자리잡고 싶어한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그렇듯 어떤 말이라 행동으로도
자신을 변호하지 못하는 미리암은 음식으로 자신을 대변하고
그녀의 그런 맛과 향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언뜻 변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제목 "날 먹어요"는
그런 자신을 알아봐 달라는 미리암의 피 토하는 듯한 간절함이다.
또한 작품안에서 말하듯 몸에 맞지 않는 공간(너무 크거나 작은)으로 가려하는
앨리스에게 도움을 주는 음료와 케이크에 붙어있던 메시지 "날 먹어요"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있다.
 
친절한 이웃들이 그녀에게서 뭔가를 끌어내고 바꾸려 하지만
미리암은 마냥 도망치기만 한다.
꿈이지 공상인지 끊임없이 하는 혼잣말같은 생각들은
읽는이의 마음을 뻐근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그녀가 숨기고 외면하고 지우고 싶어하는 기억들로 인해
그녀의 안은 더욱 더 시끄러워져만 간다.
 
내가 누군가를 이뻐하고 가까이하고 싶은데
내 주위사람 중 하나가 그 대상을 더 이뻐하고 다독인다면
난 주춤하여 더 이상 그 대상을 사랑하지 못한다.
애정의 크기를 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기회를 박탈당했고 그 대상은 나보다 그를 더 따를 거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리암에서 나는 사랑을 주는 데 있어 주저하고
받는 데 있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듯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아들에 대한 넘치는 모성애를 남편의 따귀 한대로 잃었고
남편처럼 완벽한 아들은 그녀의 서툰 손길과 관심이 불필요했다.
남편과 아들의 애정을 목격한 그녀는 갈 곳 없는 사랑을 아들의 친구에게 쏟았고
그 결과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벤"은 말한다.
주기 위해서는 가져야 한다고, 널리 베풀기 전에 자신부터 확장시켜야 한다고.
에덴동산은 곤경 탈출이 아니라 풍요로움의 동의어라고.
 
[나도 할 줄 아는 것들이 있어... 근데 할 줄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가 물구나무를 선 채 내 주위를 뱅뱅 돌았다.
"힘들어?"
"뭐가요?"
"그렇게 손으로 걷는 거."
"예." 그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잠시 후 덧붙였다. "발로 걷는 것만큼."]
 
[눈썹 하나가 내 뺨 위로 떨어진다.
"소원을 빌어요. 한쪽 뺨을 떄리고 소원을 빌어요." 벤이 말한다.
아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가 왼쪽 뺨을 때린다.
"안됐네요. 다른 쪽 뺨이었어요." 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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