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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 여행을 많이 다니고 직접 쓴 책으로도 유명한 작가의 신간인데다
책자체가 워낙 마음에 들었다.
녹색의 두꺼운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책장을 넘어가는 느낌이나 챕터별로 나뉜 내용,
간간히 등장하는 삽화 조차도 꽤나 기분좋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작가는 그가 읽는 혹은 읽었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자신이 방문한 여행지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테이블에 한잔의 향기로운 커피를 올려두고 책장을 넘겨가며
그가 다녀온, 혹은 앞으로 방문할 장소에 자신을 끼워넣어가는
공상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여행담이 가득하다.
책 속의 세상이나 저자가 '다른 곳'이라 부르는 장소(내가 지금 발 딛고 있지 않은 다른 곳)나
우리가 가지 못하는 곳이란 점에 있어선 다름이 없다.
설사 내가 작품 속 저자가 묘사한 곳에서 자리하여
저자가 앉았던 카페의 테이블에서 같은 음료를 마신다 하더라도
그 간극엔 시간이라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기에
역시 가지 못하는 '다른 곳'이 된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랄까 공기랄까
책 속엔 그것이 가득하다.
결코 잘 쓴 문장이라거나 기가 막힌 묘사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낯선 곳에서 그곳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오롯이 누릴 줄 아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는 그런 매력이 있다.
그가 읽은 책을 얘기하는 것인지, 실제 그의 여행담을 들려주는 것인지
그가 사랑한 여행은 굳이 비행기 타고 떠나지 않더라도
책속의 이공간이라도 언제든지 빠져들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진정 '떠남'을, '다른 곳'을 즐기고 받아들이고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