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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 거짓말을 시작하면 줄줄이 이어 계속 하게 된다.
첫번째 거짓말을 믿게 하려고 이것저것 계속 꼬리를 물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어지는 거짓말 뭉텅이가 너무 커지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 순간 자폭이다.
처음에 사실대로 말했다면,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었을 것을
그다지 악한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아이작과 포의 경우도 그랬다.
부랑자가 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고, 피가 흐르는 것을 본 아이작은
친구를 도와야한다는 생각에 곁에 있던 공구들 중에서 베어링을 집어들어 던졌을 뿐이다.
다만 그게 3kg정도의 무게가 나갔으며
아이작은 있는 힘껏 던진데다가
한 부랑자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춰다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사고에 당황했으며 바로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했으면
정당방위로 끝날 수도 있었을 사건이 마냥 커져만 간다.
철강산업으로 한때 호황을 이뤘다가
크게 몰락하여 패배자들과 남겨진 자들만의 마을이 되어버린 곳에서
한때는 모두의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문제아처럼 되어버린 아이작과 포에게
이번 사건은 떠나야만 했던 때를 외면한 벌이라고 여겨진다.
오랜 시간 그들을 옭아매고 있던 이 도시의 모든 것들에 대한 원망과 좌절감에 괴로워했지만
이번 사건을 전환점으로하여 결국엔 스스로의 의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초의 선택을 하게 된다.
아이작과 포, 그리고 아이작의 누나와 포의 엄마 그레이스, 그레이스의 연인, 아이작의 아버지 등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 한다.
단지 나이를 먹고 군살이 붙으며 관절은 굳어지고 주름이 생겨가는 것만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차근차근 보여준다.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적당한 때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판단과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 진정한 성장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병사,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 경주 선수 같은 사람들이 죽는 건 두 번째 실수 때다.
첫 번째 실수를 저질렀을 땐 살아나지만 자신이 그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 사실에 정신이 팔려 다음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사람이 죽는 건 첫 번째가 아니라 이어서 저지르는 두 번째 실수 때문이었다.
해리스의 아버지는 콜세어 조종사였는데,
공중전 중에 큰 실수를 저지르면 재빨리 편대를 떠나야 한다고 해리스에게 말했다.
어느 정도 주위가 트인 공간으로 나와 머리를 식힌 뒤 전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경우인가?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