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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평점 :
아이오와의 숲이 우거진 조용한 마을에 두 가족이 있다.
호들갑스럽지 않고 담대한 어머니 안토니아,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그리프,
선택증 함묵증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7살 칼리와 자상하고 듬직한 그의 12살 먹은 오빠 벤이 한 가족이며
이웃에는 칼리의 단짝 친구인 페트라가 금술이 너무 좋은 아버지 마틴과 어머니 필라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여름날 아침 두 소녀가 사라진다.
뒤늦게 소녀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두 가족과 경찰들은 그녀들을 찾아 나선다.
책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같은 상황에서 각자 다른 인물들이 자신의 눈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칼리를 위한 배려인 듯, 작가는 살며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알래스카로 일을 하러가기 때문에 자주 집을 비우고
그나마 집에 있을 때조차 알콜중독과 폭력으로 가족을 괴롭히는 그리프가
소녀들의 실종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모두들 생각한다.
안토니아는 누구보다 남편이 의심되지만, 그동안 참고 견뎌온 세월만큼이나 말을 아끼며 가능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마침내 모든 일의 시작에 그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침묵과 외면으로 지키고자 했던 가정은 그로 인해 깊은 골이 생겼음을 깨닫는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힘들게 페트라를 얻은 마틴과 필라는 페트라를 너무 사랑한다.
페트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칼리를 대변할 정도로 그녀와 가까왔으며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사랑받을 줄 아는 매력적인 소녀였다.
마틴은 그런 딸을 너무 자랑스러워했으나 결국 그 때문에 페트라가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여기며 자책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사람들은 서로 많은 부분을 노출하며 살아간다.
육체적, 정신적인 면을 모두 개방하고 살아가기에 작은 생채기에도 큰 아픔이 남는다.
그건 반대로 사소한 일에도 큰 기쁨을 얻을 수 있겠지만
무릇 사람은 자극적이고 아픈 기억과 상처만을 오래 기억하며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이다.
안토니아는 살던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프를 선택했고
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진즉 알았음에도 자신의 선택을 되돌리거나 늦게나마 멈추지도 않았다.
늘 그 순간만을 모면하고 그렇게 살아왔기에 칼리는 입을 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칼리에겐 자상한 오빠 벤이 있었고 소울메이트인 페트라가 있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좋은 선생님도 있었고 따뜻한 이웃들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가까이에 있었다.
무엇보다 어머니 안토니아가 자신을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가정폭력과 아동성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고 안타까운 사건들이지만,
홍보문구에서 느껴졌던 것보다는 수위가 낮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같이 뉴스에서 들려오는 가정폭력과 아동성범죄에 익숙해져버린 탓인가...
마음 아픈 이야기이지만 결말이 그리 비극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교사생활과 코치생활을 계속 해온 작가가
상처받은 아이들과 가족을 감싸안아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은 어리고 약하다.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거라고, 듣고 있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 것까지
마음에 새기며 기억할 만큼 예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무섭다.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의미없이 저지른 행동이
그들에게 어떻게 남겨지고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그러나 이런 것들 때문에 내민 손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
결국 아파하는 그들을 안아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은
한때 상처를 준 내 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이자나~"라는 말로 많은 것을 덮으려 한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가장 두려운 존재로 변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가족이니까" 줄 수 있으며, "가족이기에" 빼앗는 것도,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