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생필품 외엔 아무거도 구매하지 않고 1년을 살아가는 한 커플의 이야기이다.
TV 채널마다 난무하는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더욱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는가!
주디스와 그녀의 파트너 폴은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제외하곤
면봉 하나 양말 한켤레도 사지 않고 1년을 보낸다.
예를 들어 양배추, 파프리카 등 야채는 살 수 있지만,
어린 채소잎이나 손질되어 담아져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는 필수품이 아닌게다.
사람마다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물품들이 다르므로 개인차는 있겠지만
그들은 영화나 각종 전시회, 책 등의 문화생활까지 포기한다.
심지어 작가,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들은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길에 즐겨 먹던 빵이나 파이 한조각도 사지 못하고,
조카의 졸업선물도 살 수 없으며, 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도 거절해야 하고,
레스토랑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빠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선 나 하나만 쇼핑을 안 하고 구매를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보이지 않는
소비, 지출, 구매, 교환이 이뤄진다.
이는 1년이란 기간동안 진행되는 그들의 프로젝트를 전부 적나라하게 목격할 수 있다.
주디스는 쇼핑과 구매를 못 하게 되자 금단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강사가 애플컴퓨터의 로고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고 한다.
 "한 입 베어먹은 사과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며 동시에 애플컴퓨터가 채워주는 것입니다."
 앤이 강사의 말을 인용한다.
"아니면 당신아 맛본 것, 그래서 더 원하는 것이거나." 내가 한다미 덧붙인다.]

 
[패션은 불장난이지 결혼아 아니다. 라임그린색의 굽 높은 뾰족구두는 하룻반 사랑 이상은 결코 아니다.]
 

돈을 펑펑 써대는 과소비의 경우는 제외하자.
소비와 구매란 일상에서 의식/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류는 더이상 물질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자급자족의 시대에 있지 않으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해야 한다.
새 시즌에 걸맞는 가방이나 구두를 사는 일은 의식적으로 경계하며 벌어지는 일이지만,
오늘 저녁 식구들이 먹을 반찬거리를 구매하는 일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아무리 싸게 나온 것이라 한들, 필수항목에 없는 것이라면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와 구매생활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이 침투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삶에서 최고의 것들은 공짜가 아니다. 문제는 그 돈이 어디서 나오며 그 돈의 쓰임새를 누가 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건강과 교육, 교통, 복지뿐 아니라 개인적은 즐거움과 계몽까지 각자 구매해야 할까? ]

 
그나마 주디스와 폴이 불편하면서도 1년이란 생활을 통해 이런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저녁6시까지 사무실에 매어있는 봉급생활자가 아니며
또한 언제 어떻게 사고를 치고 끊임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야하는 자식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여름과 겨울은 캐나다의 하드윅이라는 핸드폰도 필요없는(사실 전파도 잡히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폴 소유)
또 나머지는 브루클린의 아파트(주디스 소유)에서 지내는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현실주의자인 제시카는 자발적 가난의 가치기준과 인력시장의 가치기준 사이의 충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컴퓨터회사에 면접을 보러 간 자리에서 메모지와 펜으로 필기를 했던 어느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국 그 친구는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나중에 그 친구는 종이와 펜 때문에 자신이 촌스럽고 메모공포증을 지닌 사람으로 낙인이 찍현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회사는 '팜 파일럿'이나 '블렉베리' 같은 PDA를 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중략-
"돈을 벌려면 일단 돈을 써야 한다니까요"]

 
안타깝게도 소비와 구매는 더 이상 자기 혼자만의 의사로 결정하고 판단할 일이 아닌가보다.
정말 어디 산골짜기로 들어가서나 가능할까... 아니, 그마저도 불가능할 듯 하다.
책 말미의 인터뷰 글에 보면 주디스는 소비자의 삶을 포기하자 시민으로서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한다.
쇼핑을 하지 않는 시간은 바깥 세앙으로 눈을 돌라게 했고, 문 닫힌 도서관, 공원의 쓰레기,
허물어져가는 도시 외곽의 지하철 역등의 열악한 공공 환경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들의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더 많은 좌절과 실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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