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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커서도 남을 사랑하는 법을 안다고 했다.
나는 이런 수학 공식같은 말이 너무 싫었다.
정작 사랑을 할 줄 알고 사랑받으며 살아야 하는 것은
어린 시절을 춥고 불행하게 보낸 이들이 아닌가 말이다.
너무 불골평하다고 생각했지만, 살다보니 이는 틀린 말이 아니었더라 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 외모도 깜찍하고 목소리도 예쁘고 행동거지도 착해서
동기, 선후배에게 이쁨을 한 몸에 받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주위의 관심과 애정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다.
또 그만큼 베풀 줄 알았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나이임에도
아직도 아빠의 생일엔 목이나 얼굴에 핑크리본을 메고 있다가
아빠의 귀가에 함께 달려나가며 아빠를 끌어안고 뽀뽀를 퍼부어댄다는 이야기가
전혀 현실감있게 들리지 않았다.
숱이 맡고 건강한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늘 예쁘게 세팅되어 있었는데
매일 아침 어머니가 직접 손질해 주신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부모님은 많이 엄격하셨고 살가운 말투나 다정한 스킨쉽을 나누는
그런 류의 부모님이 아니었던 것 뿐이다.
알지만, 그런 그 아이가 무척 부러웠었더랬다.
나는 폴도 부럽다.
좀 엄하셨던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애정이 넘치는 이웃들과 친척들
폴의 천진한 사랑스러움은 그냥 키워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폴의 시선으로 폴의 마음을 헤어려 주고 북돋아주고 다독여주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린 시절 위그든씨에게 받은 추억과 마음을
다시 한번 어리고 순수한 영혼에게 베풀어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은혜를 입게 되면
그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에게 다시 갚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라 배웠다.
그래서 이해와 사랑의 마음이 자꾸 자꾸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어린 시절 들었던, 다른 곳에서 들었으면 빤~한 소리라고 썩소를 날렸을 법한 교훈을
다시 한번 따뜻한 마음으로 떠올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