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게스트하우스
가쿠타 미쓰요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쯤...

그저께 어저께와도 다르지 않고

내일도 모레와도 다르지 않을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끔은 참을 수 없을만큼 지겹고

끔찍하리만큼 무서운 때가 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벗어날 수 없는 오늘...그게 내 현실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저 멀리 바다 건너 일 수도 있고

국내 어디 조용한 숙박시설일 수도 있고

늘 잠자던 시간에 환락가를 돌아다니는 일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늘 일정하게 돌아가던 패턴의 삶에서 훌쩍 벗어난다는 것,

아마 그것이 여행이 가진 묘미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여기엔 문제가 있다.

언젠가는 돌아와야 한다는 것.

누군가는 그게 여행의 참 의미라고 한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온다는 데에 여행의 의의가 있다고...

참으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시작했는데

결국 돌아오기 위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떠났다니...

 

오랜 시간(혹은 오래라고 느껴지는 시간)동안 떠돌다 제자리로 돌아오면

시차와는 또다른 적응꺼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전혀 다른 세상에 있었는데

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

기가 막히고 낯설기도 하여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째서...아직도 그대로인 것인지...

 

아키오는 그런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여자친구에게도 아무 말 없이 6개월의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돌아온 바로 그 순간 그는 갈 곳을 잃었다.

그가 속했던 세계(여자친구)엔 더 이상 있을 곳이 없고

돈도 없고 연락할 곳도 머물 곳도 없다.

그는 일상의 모든 것을 다 끊어버리고 떠났었던 것이다.

마치 다시 돌아올 일이 없을 줄 알았던 것처럼.

하는 수 없이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에게 연락하여 그 집에 머물게 된다.

아키오는 그 집에 머물면서 자기와 비슷한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행을 떠났었지만 아직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헤매이는 사람들...

그에게 거처를 마련해 준 쿠레바야시 역시 그런 사람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삶과 현실이 맞부딪히자,

현실에 적응하는 대신 다시 일상을 탈출하는 길을 택한다.

아키오는 그제서야 자신이 할 일을 깨닫고 원래 그가 속했던 세계(여자친구)에게 돌아간다.

 

여행을 떠나봤던 사람이든

이제 가려고 준비하는 사람이든

아지 가보지 못한 사람이든

그런 것에 상관없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우유부단하고 현실감각 없는 남자로 한심하게 아키오를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떠날 줄 아는 사람이고, 돌아올 줄도 아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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