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날이 덥다.
우리집은 마주하는 창이 없어서인지, 아님 그나마 있는 창도 앞건물에 막혀서인지
바람이 잘 들지 않기 때문에 더 덥다.
그래서인지 부쩍 추리, 미스테리 소설을 찾게 되는 요즘이다.

 
아껴두었던 외과의사를 꺼내들었다.
주요인물 중 외과의사가 등장해서 책 제목이 저런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범인을 지칭하는 별명이었다.
책표지부터 메디컬 스릴러라는 장르를 확연히 해주는 게 포스가 넘친다.
범인은 성폭행당한 여자의 자궁을 절제하여 가져가고
목에 깊은 자상을 남겨 방대한 양의 피를 흘리게 하고 죽게 만드는 사이코다.
나이 좀 먹은 남자 형사와 여자 형사 한명이 주축이 되어 범인을 뒤쫓고
사건의 핵심에 있는, 이전에 범인에게 죽을 뻔 하나 간신히 살아난 매력적인 여의사가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어나간다.

 
우선 작가가 전직 의사인지라
범인이 희생자에게 벌이는 잔혹행위나
여외과의사인 캐서린이 참여하는 수술 장면 등이 굉장히 현실감 넘친다.
극전체가 꼼꼼하게 그려진다고나 할까...
쓸데없는 군더더기 문장이나 어휘사용이 없어
내용에 몰입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으며
책을 읽다가 괜시리 불안해져 문단속을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가끔 등장하는 범인의 독백 부분 덕에
뜬금없이 범인의 존재를 깨닫게 되어버리는 아쉬움이 쪼끔,
극 초반엔 별 얘기 없다가 뒤로 갈수록 뜬금없이 매력적인 남자가 되어버리는 토마스 무어형사,
남성중심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 더한 마초근성을 보이는 제인 형사의
약간 억지스런 캐릭터가 또 쪼금,
범인이 그렇게 맹목적인 피와 악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된 개연성있는 근거 설명 부족 등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랄까...
작가가 전직 의사여서 가능했던 뛰어난 장면들이 워낙 빛을 발했기에
범인의 심리에 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한 게 더더군다나 아쉬웠다.

 
그래도 재밌다.
피해자의 외상 후 트라우마에 관한 여러가지 다양한 묘사가
성폭행, 살해 등의 사건 의미적 전달의 범위를 넘어서서
단순히 후유증이라 지칭하기엔 부족한
육체적/심리적 상처, 두려움, 인간관계의 고립, 정상생활 복귀의 어려움, 외부와의 단절 등의 고통을
정말 사실적으로 잘 묘사했다.
많은 미스테리/추리 등의 장르 소설에서 갖는 이른바 소름끼치는 공포가
수법의 잔인함이나 놀랄만한 트릭의 등장, 예상치 못한 반전 등에 의미를 두었다면
이 책에서는 인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진실된 악은 우리 주변에 양의 얼굴을 하고 숨쉬고 있으며
누구도 눈치챌 수 없는 형태로 우리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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