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어쩜 이리도 유쾌할 수가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상큼한 향기와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듯 했다.
한 대학생이 귀여운 여학생을 짝사랑하며 쫓아다니는 이야기를
어쩜 이리 재미나게 그려낼 수 있는지
작가의 재능과 뛰어난 상상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모리미 토미히코는 이 책 하나로 단번에 나의 완소작가로 등극했다.

 
이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뉜다.
봄의 밤거리, 여름의 헌책시장, 가을의 대학축제, 겨울의 지독한 감기
봄의 밤거리에서 만난 개성 강한 주변인물들과의 만남이
그녀와 그의 1년을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정말 한 순간이라도 책 속으로 들어가 그네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몇번이나 울끈불끈 치솟는 감정을 애써 눌러야 했는지...
아무리 판타지의 세계라 하더라도 어딘가 정말 저런 세계가 있을 것만 같다.
교토라는 배경이 주는 신비로움때문일까...
책 속에 펼쳐진 세상이 결코 허무맹랑한 환상의 이야기로 채워진 것이 아니다.
분명 내가 거니는 거리 뒤쪽의 골목으로 그들이 돌아다닐 것만 같다.

 
나도 밤새도록 하누키씨와 가짜 전기부랑을 마시며 히구치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
그러다 술이 취하면 궤변춤을 추며 놀고 싶다.
헌책시장을 돌아다니다 예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헌책시장의 신을 만나보고 싶다.
"악랄한 수집가의 손에서 고서를 해방한다" 정말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또 불냄비에서 위가 찢어질 것 처럼 매운 음식도 집어 먹고 싶다.
빤스총장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도 들어주고
대학 교정 전체를 돌아다니는 연극 괴팍왕을 보다가
축지법 고다츠에서 두유 냄비요리도 먹고 싶다.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윤페로를 얻어다가 한 젓가락 빨게 해서
얼른 나아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게 도와주고 싶다.

 
아, 이 모든 것들이 책 속에만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와 가슴을 친다.
내게 그런 세상을 꿈꿀 절반 정도의 상상력만 있었어도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슴 가득한 즐거움과 설레임이 아직도 남아있다.
몇번을 읽어도 이 유쾌함은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모리미 토미히코의 발견을 기뻐하며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