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책이 제일 좋은 책이냐고 묻는다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책이 제일 훌륭한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독자로 하여금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새로운 사실, 혹은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하여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하는 그런 책 말이다.
내겐 이 책이 그랬다.

 
이 책은 장 지글러가 아들 카림에게 들려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어가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소한의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시력을 잃고 장님이 되고
오랜 시간 먹지를 못해 쇠약증으로 비쩍마른 팔다리와 부풀어오른 배를 안고 힘겨워하는 이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먹일 젖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된 영양분이 모자라
며칠 살지 못 하고 죽어가는 갓난아이들...
가뭄과 홍수 등의 천재지변으로 터전을 잃어 버려 끼니를 거르게 된 난민들
민족적 갈등과 종교문제로 인한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에서 풀뿌리를 찾아헤메는 이들
힘이 있는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의 이윤추구에 희생되어 도움의 손길 조차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 무시무시한 사실들이 21세기인 지금 이 시대에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활자도 큼직하고 줄간격도 널찍널찍하게 쓰여져 있으며
장 지글러 교수가 아들에게 설명해주는 문체라 쉬이 읽히고 페이지가 금방 넘어간다.
그러나 쉽게 말한다고 그 진실이 가벼운 것이 아니다.
가독성이 높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에 돌덩이처럼 내려 앉는다.
책을 읽는 내내 괴로웠으며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엔
죄책감처럼 다가오는 감정의 무게가 버거워 책을 멀리 치워두기까지 했다.
리뷰랍시고 내가 몇자 끄적이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 미뤄둔 게 며칠인지 모른다.

 
전혀 몰랐다 하지 않겠다.
그렇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처음 접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미디어에서 접한 그네들의 고통이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현재 전세계에 8억 5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괴로워하며 죽어가고 있으며
왜 굶주리게 되었는지, 어떤 구호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미한지,
왜 이 악순환이 끝나지 않고 점점 확대되어 가는지...알 수 있다.

 
지나치며 한번이라도 들춰보길 바란다.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더 안다면, 알게 된다면 조금씩 바뀌게 되지 않을까...
한쪽에선 최초의 흑인대통령의 탄생으로 환호하고
다른 한쪽에선 국가가 사람을 죽이고 언론을 탄압한다.
그러나 이런 자유니 인권이니 하는 말이 있기 이전에
생존 그 자체가 피 토하게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굶주림이라니... 정말 믿고 싶지도 않은 단어다.
오늘 끼니는 뭘로 때울까 고민하며 찬장과 냉장고를 열어 보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마냥 죄스럽기만 하다.
내 이 알량한 마음이 뭔가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지 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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