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잔에 담긴 뜨거운 커피는 천천히 식어가고
새로 산 하이힐은 서서히 굽이 닳아가며
조심스레 첫장을 적어가던 노트는 점차 더러워진다.
새해의 굳은 결심은 하루이틀 지나며 의욕이 사그라져들며
뜨거웠던 가슴은 시나브로 냉정해져만 간다.

 
새해 벽두에 처음 잡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차가운 건조함만을 남겨주었다.
언뜻 생각엔 더운 열기 속의 건조함이 더 치명적일 듯 하지만
냉랭한 공기 속의 건조함은 그야말로 목구멍과 콧구멍을 쩍쩍 갈라지게 만든다.
이 책엔 그런 건조함이 가득하다.

 
한때 전부일 것만 같았고 에너지로 가득찼었던 열정과 삶은
시간과 여건 속에서 무뎌지고 스러져간다.
그 뒤에 남겨진 사람은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나쁘진 않지만 정초에 집어든 책으로선 최악이었다.
덕분에 2009년이 너무 뜨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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