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이야기 세트 - 전3권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읽었던 동화나 소설은
나름 순수했던 시절의 이미지로 기억되어서인지
무척이나 아름답고 재미나고 기분좋게 느껴진다.
다 자라버린...아니, 이젠 퇴화의 길(25세가 지나면 노화가 시작된다는...--;)을 걷고 있는 이 마당에 그 시절의 책들을 다시 읽노라면 괜시리 어려진 거 같아 기분이 좋다. ㅋㅋㅋ

 
내가 어렸을 적 읽었으며 애니메이션으로 본 앤의 이야기는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3부작 중 1권까지의 이야기였다.
그 후의 이야기들 역시 책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꿈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빨간머리 소녀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시절의 내가 갑자기 2,30년어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먹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저히 읽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하여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에서 멈추는 동화를 보고자란 세대이므로
그네들이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아가고, 애 때문에 산다는 둥의 현실적인 문제가 엮여버린다면
우리가 돌아갈 어린 시절은 추억속에조차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치만...
기억속의 앤은 아직도 어렸었고,
내가 자라 이만큼 살아왔듯이 내 기억 속의 앤도 성장할 권리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두려워했던 2, 3권을 읽어낼 수 있었다.

 
2권 에이번리의 앤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꽤나 등장한다.
학교 선생님이 되어 에이번리에서 살아가는 앤의 주위에 학생들과 새로운 이웃들이 출현한다.
여기서 살짝 지루함이 느껴진다.
앤 자체의 삶보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강조되어
그녀의 생기발랄한 삶이 한풀 꺽인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진학을 포기하고 에이번리에 눌러앉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반짝이는 그녀의 일상을 기대했던 독자에겐 많이 아쉬운 시기이다.
3권 레드먼드의 앤에서 드디어 내가 알고 있던 앤이 돌아온다.
대학에 진학한 앤이 다시 꿈꾸고 공부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인생을 즐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깨달으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간다.

 
기존에 알고 있던, 딱 1권까지의 내용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같은 것이었다면
2, 3권을 읽고 난 후엔 앤이 나와 함께 자라온 친구처럼 느껴진다.
번역자의 말처럼 100여년전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살았던 앤의 삶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웃고 즐거워하며 간접체험을 함으로서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캐나다라는 나라가 내게 썩 매력적이지만은 않은 나라였음에도
사과꽃이 만발한 시기에, 프린스 에드워드 섬엔 꼭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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