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대작이고 유명작이라 리뷰쓰기가 겁난다. 너무 유명한 작가의 유명작이라 괜시리 읽기 싫어 미뤄두었던 작품인데 역시 이것도 명불허전... 괜시리 짧은 안목과 치기어린 마음에 멍청한 짓을 해왔음을 떠올렸다. 나무를 잘라보면 나이테라는 것이 나온다. 그 나무가 얼마나 살았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척도이다. 과거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해야하나... 어린시절의 상처와 기억, 방황은 그 나이테에 짙고 굵은 선을 만들고 만다. 아마 한동안은 나이테라고 부를 만한 둥근 선이 보이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게 되고, 딛고 있는 땅조차 허물어질 것처럼 만든다. 사고와 행동을 중단시키고 와타나베의 말처럼 억지로 감긴 태엽만큼의 삶을 기계적으로 살아가게, 아니 살아지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크게 모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지구상에 살아숨쉬는 많은 사람들의 수만큼 각자의 상처도 다르고 그걸 치유하는 방법도 다르며 추억하는 법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사람은 그 몫을 살아내게 마련이다. 나는 와타나베에게 그것을 보았을 뿐이다. 크게 소리내어 아프다 하지 않는다 해서 그 사람의 상처가 작은 것이 아니고 도와달라 손 내밀지 않는다 해서 타인의 도움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다 하여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고 가만히 눈 감고 있다 해서 잠든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냥 이 끔찍하고 지독한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숨죽이고 엎드려 있을 뿐이다. 와타나베는 20살이 되기 위해 그토록 힘들었다. 나는 무엇때문에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로인해 치유받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