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루팡의 소식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공소시간 24시간을 남겨두고 15년 전 자살로 판명된 여교사 사건에 재조사가 시작된다.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밝혀진 사건에 관해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사건에 관련된 핵심 3인방이 잡혀 오고 그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는 재개되었다.
기토, 다쓰미, 다치바나는 고교 시절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이었다.
카페 [루팡]에서 시작된 그들의 기말고사 시험지 훔치기 대작전인 [루팡작전]이
문제의 여교사의 죽음과 연관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그 시절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3억엔 탈취사건"과의 접점을 만들며 흥미를 더해간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으로는 "사라진 이틀"에 이어 두번째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첫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사라진 이틀"은 영화로 먼저 봤으니 서면으로 대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이나 책표지 등에서 특별한 인상을 받지는 못 했다.
실제로도 치밀하다거나 짜임새있는 스토리는 아니다.
뭐랄까...담담하고 차분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 정도의 느낌이다.
이것이 작가의 데뷔작임을 감안했을 때는 작품 전반에 걸친 침착하고 서둘지 않는 진행이
새삼스럽게 놀랍도록 다가온다.
 

독자로 하여금 책에 푹 빠져들게 하기 위한
눈을 현혹시키는 잔인한 살인사건과 기괴한 트릭, 빠른 전개,
새롭게 드러나는 숨겨진 이면의 모습들이 결코 대거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초범(?)인 3인방의 기말고사 시험지 탈취사건에 관한 탁월한(?) 계획과 실행에 있어서도
그다지 놀랍다는 인상보다는 고교시절 학생들의 추억만들기처럼 심각하지 않다.
 

기말고사 시험지 빼돌리기, 3억엔 탈취, 여교사 살인 사건의 3가지가 서로 긴말히게 얽혀진다.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로 인해 또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책을 덮고 나선 약간의 권선징악적인 이미지조차 느껴진다.
나쁜 사람 벌 받고 착한 사람...복 받는다...보다는...
사람의 마음과 약점을 이용한 사람의 결말과
타인의 어려움과 상처에 보듬으려는 사람의 이야기랄까...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과
자의식 과잉에 넘치는, 삶에 자극이 필수적인 사람의 이야기이다...
요코야먀 히데오의 작품엔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