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지의 책들은 표지부터 아름답다. 국내 출판사의 취향과 선택이기는 하지만 기존에 읽었던 요코미조 세이지의 책들...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도 판형이나 표지가 무척 맘에 들었었다. 책이 주는 재미 자체도 크지만 소장용으로 보관함에 있어 책장에 꽂아둔 그 모습조차 가슴설레이게 아름답다 이 말이다. (두번 읽게 될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방출하니깐...) 표지에서부터 풍기는 포스랄까... 이 작가의 책엔 여타의 추리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살인사건과 거기에 얽힌 은원관계, 트릭들이 존재하고 그걸 멋드러지게 풀어내는 장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요코미조 세이지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것은 "살인의 미학"이랄까...살인사건마저도 아름답게 꾸며진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쓰고 보니 내 정신 세계가 새삼 의심스럽다...) 이누가미 가문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방직재벌 사헤옹이 죽으면서 남긴 유언장은 여러 사람들의 짐작처럼 피바람을 몰고 온다. 각기 다른 어미에게서 태어난 사헤 옹의 세 딸의 아들 3명과 사헤옹의 평생의 은인의 손녀인 다마요 그리고 사헤 옹의 사생아 아들까지... 일족의 재산 및 사업 상속의 권리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할 수 밖에 없는 조건 하에 물려지게 된다. 이 와중에 오랜 세월 묻혀진 일가의 과거와 비밀들이 드러난다. 그의 작품에서 한창 초반부터 존재하지만 무수히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그저 방관밖에 하지 못 하는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 가끔 그의 존재는 작가에게 필요악이라 느껴진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듯 작가는 살인사건의 과정 속에서 일본 전통의 문화와 관습들을 살짝 드러내며 그 아름다움과 정교함을 소개한다. 오랜 세월 묵혀진 그네들의 관계와 비밀들을 풀어가는 솜씨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내려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넘쳐난다. 다만 그 사건들을 마무리 짓고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하기 위한 존재로 긴다이치 고스케가 필요한 것이다. 솔직히 등장하는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떤 역할도 없다. 그렇다고 작품이 긴다이치 고스케의 시선으로 쓰여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길게 풀어낸 작품의 마지막에 등장하여 폭풍처럼 한순간에 사건의 앞뒤를 풀어 설명하는 것으로 그의 임무는 끝이다. 가끔 그런 식의 결말이 허무하기도 하고 이른바 명탐정의 존재가 불필요하게 느껴지게 하는 계기도 된다. 다른 방식으로 결말을 풀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떤 개인적인 불평에도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는 없다. 우연의 남발로 완성도를 약간 손상시키긴 했어도 여전히 재밌고 앞으로도 두어번 다시 펼쳐볼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