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다.
그 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10년 후 이야기이다.
그 책을 좋아했기에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선잠], [시미즈부부]이다.
[선잠]은 유부남과 6개월간의 동거를 마치게 된 주인공이
그 집에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과 그의 남동생에게 정신적인 위로를 받으며
실연의 상처를 극복해 가는 이야기이다.
[시미즈부부]는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이 취미인 부부를 알게 된 주인공이
그들과 함께 타인의 장례식에 가면서 고인의 삶이 끝났음을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이다.
어떤 이해관계나 감정적 얽힘이 없는 타인이기에 한 사람의 삶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죽음조차 그 삶의 일부이므로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애가 강하다.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자기만의 가치관이 분명하며
타인의 것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런 개성 강한 인물들이 모여 어울리는 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원래 그렇게 정해졌던 것처럼 조화를 이룬다.
그들 하나하나가 자의식이 강하여 누구나 주인공이 될 소질을 지녔으되
주변인물을 독자가 주인공 바라보듯 바라보며
무언의 긍정으로 살며시 옆자리를 내어준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엔 그야말로 "삶"과 "인생"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침 출근길 흔들리는 버스에서 고고하게 힘주며 서 있는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던 아저씨도
전철 개찰구를 빠져나오다 떨어뜨린 교통카드를 건네주는 아가씨도
퇴근 후 운동하러 들른 수영장 샤워실에서 물기 닦는 내 다리에 자꾸 비누거품 튀기는 아주머니도
다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 각자가 삶의 주인공인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이 더이상 바닷가 모래사장 속 모래알 하나같은 의미가 아니라
길을 걷다 우연히 내 옷자락에 떨어져 손으로 받아 낸 예쁜 단풍잎같음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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