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유치하다 할지 모르겠으나
어릴 적 나의 꿈을 그랬다.
마피아같은 어둠의 세력의 아름답고 어린 후계자...
통창의 유리창 밖에는 무수한 도시의 불빛이 가득하고
흑적색 차이나 풍의 드레스를 입고 팔장 낀 내 등 뒤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가득한...
만화를 너무 많이 본 어린 시절의 꿈같은 공상일수도 있지만
평범한 하루하루가 지겨운 내게는
동경해 마지 않던 세계였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에서
기억을 잃고 방황하던 주인공 리세가
마침내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되찾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전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어린 시절 잠시 머물던
"백합장"에 돌아가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앞으로 살아가야할 어둠의 세계를 비추듯
냉정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리세에게
아직은 소녀적 감성과 인간미가 남아있어
벌어지는 사건들인지도 모르겠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잔인하다거나 대단한 트릭에 대한 궁금점도
별반 일어나지 않는다.
백합장의 비밀조차 놀랄만한 것은 아니지만
리세가 떠난 뒤에도 얼마 되지 않는 그녀에 대한 기억에 매달리는
옆집 소년의 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뭔가 묵직한 것으로 얻어 맞은 듯한
가슴 한켠의 멍울진 느낌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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