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 복제, 클론에 관한 소설이다.
두 소녀가 어느 날 출생에 관한 의문을 느끼고 그것을 추적하며 조사하여
알고보니 자신들이 클론이며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얽힌 음모들...
 

인간복제에 관한 내용은 굳이 이 책이 아니어도
여러 영화와 다양한 이야기로 나와 있다.
과학자들은 몇 단계를 뛰어넘는 궁극의 연구 기술을 탐하고
종교계와 인권계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무지몽매한 욕심에 한탄한다.
이는 인류가 바벨탑으로 신에게 도전하려던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꿈이다.
그것이 악몽이 될지 길몽이 될지의 판단은 뒤로 미루고서라도
인류의 존재가치에 대해 한번쯤은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아베 아키코의 말처럼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복제한 인간이 눈 앞에 있다면...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산다면
그것이 그렇게 불쾌하고 끔찍한 일이기만 할까...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마네킹이 쇼윈도에서 날 마주본다면...
나로서는 그닥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모든 부모는 아이가 자신을 일부만 닮아서 예뻐할 수 있다는 건가?
클론인 두 소녀가 막연히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통해 존재가치를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걸까...
지금껏 내가 본 클론 관련 영화나 책들은
복제된 대상에 대해 상당히 업신여기고 하나의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불임부부들을 위한 체외수정 등은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니
그 선까지는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세포 자체가 열등한 것도 아니고(자기 것인데)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되려 더 신경써서 키우면서)
어떻게 그런 천편일률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아마 그런 사고방식이 영화나 소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사람들에게 퍼져가면서
선입견이 생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너무 극닥적인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절히 수위조절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클론인 두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거슬리는지도 모르겠지만...
 

후바타가 아베 아키코를 처음 만나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이라고 여기며
나도 나이 들면 저런 짧은 머리가 어울리겠구나...하고
그 심각한 상황에 잠깐이나마 생각했다는 묘사는
히가시노 게이고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함이 아닐까 싶다.
여성작가일지라도 저런 것은 잡아내기 쉽지 않은데
정말 그의 재능이 이런 곳에서 빛이 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인지라...
별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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