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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정준수 지음 / 플럼북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하고
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역마살에
잠 못 이루는 스타일이다.
때론
직장도 그만두고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조차
나몰라라 하며 박차고 떠나는 나인지라
끓어오르는 여행에 대한 욕구와
다녀온 후의 나만의 이야기들을
제3자에게 알려주고 싶어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감동받고 벅차하던 순간의 감정들은
그 곳에 등을 돌려 떠나온 순간 바래졌고
안 쓰던 기능까지 사용해가며 찍어온 사진들은
과연 내가 그곳에 있었던 적이 있나...싶게 만든다.
가끔 내가 다녀온 곳
혹은 가고 싶은 곳에 과한 여행기를 읽다가
나와 같은 곳을 보고
나와 같은 길을 걷고
나와 같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발견하면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이
나와 공유한 어떤 기억 때문에
살갑게 느껴지고 가깝게 여겨진다.
그 덕에 잊고 있던 여행지에서의 기억...
골목 어귀에서 나를 몰래 훔쳐보던 꾀죄죄한 차림의 꼬마,
숙박비에 포함된 조식을 위해 프라이팬을 들던 두툼한 아저씨의 손,
흔들거리던 야간 열차에서 깜박 자다 깨서 봐버린 시커먼 들쥐...
이런 것들이 하나씩 다시 떠오른다.
남들따라 나도 한번,
유명지니까 하도 한컷,
안 먹어보면 후회할테니 한입...
이런 류의 자기자랑 여행기는 이제 지겹다.
비단 여행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중에서 옥석을 찾아내기가 유독 힘든 것은
평범한 일반인을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와 동급이게 할 수 있는
멋부린 향수로 휘감지 않은,
글쓴이 자신의 체취가 녹아드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나와 비슷한 체취를 가진 사람이 있다.
눈여겨 보지 못 하고
쉽사리 눈치 채지 못한
일상의 언어들로 담담히 적어내려간 글이 있다.
비록 나는 그곳에 가지 못 했을지라도
그곳을 마음에 담아온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충분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