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 Mr. Know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안토니오의 책 읽는 방법때문이다.
 

난 책을 빨리 읽는 편도, 느리게 읽는 편도 아니다.
그치만 책을 사랑하고 보고픈 마음은 너무 앞서서
책을 구입하는 속도를 내 책 읽는 속도가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온갖 매력을 자랑하는 무수한 책들이 
서재에, 책상에, 가방에, 서점에 넘쳐나는데
내 속도는 너무 더디게 흘러만간다.
 

빨리 읽으려면 못 읽는 것도 아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장면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등장인물들의 말을 나즉히 소리내어 되내어보고
그들의 행동을 슬쩍슬쩍 따라하다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가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단어 하나, 음절 하나, 문장 하나를 곱씹어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노인의 모습이 너무 반갑게 느껴졌다.


그 정도의 나이이면
살아온 세월과 경험의 무게의 찌들어
좋은 말에도 아름다운 광경에도 무덤덤해지기 마련인데
노인은 뒤늦게 "말"이 주는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 역시 그랬겠지만
나 역시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그치만 헤밍웨이의 책에서
끈질기게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며
최후엔 뼈만 남은 황새치(맞나?)를 배에 매달고 오는 노인의 모습은
내겐 어딘가 맘 한구석이 편치 않은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안토니오의 경우
자연, 혹은 그 안에 속한 맹수들까지
자신의 존재와 동일시하며 존중하는 모습에서
애닯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한 정신세계가 느껴져
마음 뿌듯한 기운이 몸에 가득해 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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