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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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블라인드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00년대 초, ‘나’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오래된 유선전화기를 발견한다. 별생각 없이 콘센트에 꽂아 본 순간, 신호음 대신 한 남자의 자동응답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본좌는 가이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가이우스 황제다.”


로마 제국의 황제 칼리굴라. 후대에 폭군으로 남은 인물의 목소리가 21세기 서울의 낡은 전화기에서 들려온다.


소설은 여기서부터 설명을 멈춘다.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어떤 법칙을 거쳤는지, 왜 하필 칼리굴라인지 친절하게 해설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수화기를 들고 말을 걸기 시작하고, 그렇게 기원후 41년의 로마와 2000년대 초 서울은 전화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


이 무심함이 이 소설의 가장 대담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타임슬립물이라면 마련해 둘 법한 장치도, SF라면 갖췄을 법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 대신 소설은 로마 황궁의 암살 음모와 현대 서울의 이별을 같은 무게로 나란히 놓는다. 둘은 서로를 해설하지 않지만, 읽는 사람은 그 낯선 병치가 결국 같은 종류의 고독을 말하고 있음을 조금씩 알아차리게 된다.


칼리굴라는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이다. 가장 높은 권력을 쥐었지만, 결국 인간으로 죽을 운명 앞에서 자신을 이해해 줄 단 한 사람을 갈구한다. ‘나’는 반대편에 있다. 살아 있는 연인에게는 끝내 솔직해지지 못하면서, 죽은 황제의 자동응답기 앞에서만 마음을 털어놓는다. 둘 다 누군가에게 닿고 싶지만, 닿는 방식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나’가 칼리굴라에게 미래를 알려 주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이상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금속활자와 암모니아 합성법, 0과 1로 모든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장면에서 이것이 SF인지, 역사소설인지, 뒤늦게 도착한 러브레터인지 분간이 흐려진다. 아마 그 분간 불가능함이야말로 이 소설이 끝내 도착하고자 하는 자리일 것이다.


장르를 가르는 일을 멈추었을 때, 비로소 이 소설은 더 선명하게 읽혔다.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가장 현실적인 고독에 닿는 이야기.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도 한동안 “괜찮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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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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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굴라의 자동응답기에 말을 걸며, 신이 되고 싶었던 황제와 솔직해지지 못한 현대인이 전화선 하나로 만난다. 장르를 가르길 멈출 때 비로소 읽히는, 가장 이상한 방식의 고독과 연결에 관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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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바람을 움켜쥐다
원철 지음 / 담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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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요즘은 이상하게 책을 읽는 일도 체력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긴 글은 물론이고 짧은 글조차 쉽게 집중되지 않는 날들. 그런 시기에 만난 책이 『맨손으로 바람을 움켜쥐다』였다.


이 책은 한 편의 긴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사진 한 장과 짧은 시 한 편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조용히 건드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금방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자주 멈추게 되었다. 몇 줄 되지 않는 문장을 읽고 사진을 바라보다가, 다시 문장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좋았던 점은 사진과 글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이 문장을 해석해 주지도 않고, 문장이 사진의 의미를 규정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 사이에 여백을 남겨둔다. 독자는 그 여백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내 보게 된다.


폐역을 담은 사진에서는 지나간 시간의 쓸쓸함이 느껴졌고, 거울방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는 담담한 위로가 전해졌다. 맷돌에서는 번뇌와 욕심을 갈아내고 싶은 마음이 떠올랐고, 창문 밖 강아지를 담은 장면에서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소박한 풍경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 느림으로써 나를 지키다”였다. 무언가를 더 빨리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이 문장은 잠시 걸음을 늦추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맨손으로 바람을 움켜쥐다』는 거창한 깨달음이나 선명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싶다기보다 잠시 쉬고 싶은 날, 조용히 곁에 두고 펼쳐보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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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바람을 움켜쥐다
원철 지음 / 담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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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싶을 때 펼쳐보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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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바이브 코딩 - ChatGPT, 클로드, Dify, Bolt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앱 제작 입문
KEITO 외 지음, 이한나 외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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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입문서라기보다 ‘처음 만드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시선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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