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 - 문명 전환을 위한 지식순환의 철학과 일상혁명 스토리텔링
심광현.유진화 지음 / 희망읽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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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철학적⦁예술적 실천이 위기에 처한 개인과 사회를 새롭게 변혁시킬 수 있을까? 이 책은 긍정의 답변으로서 구체적인 방법과 근거를 제시한다. 학문적, 창의적, 일상적 언어로. 


문득 나의 노력과 열정이 눈썹을 추켜올리며 노려보던 바로 그곳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짐짓 놀라 잠시 멈춰 설 때가 있다. 그렇게 더듬거리며 주변을 둘러볼 때 다시 한 걸음을 떼게 해 주는 대화 상대를 찾게 된다. 


나는 독서에서 기쁨을 넘어 활력을 얻는 사람 중 하나인데, 대개의 이 황홀한 경험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를 아주 살짝 다른 쪽으로 이동시킨다. 위치가 바뀌니 보이지 않던 대상과 범위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미세한 운동은 감각적으로 체화되지만 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조약돌 같은 실증적 결과를 남기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렇다고 허탈함과 아쉬움이 남진 않는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하고 충만한 경험을 만끽한 것으로 족하다. 


이 책은 복잡한 길에서 잠시 멈춰 있던 내 두 손에 흥미로운 지도 한 장을 쥐여 주었다. 1부는 내가 지금까지 밟고 지나온 자리를 좌표로 연결해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일깨워 주었고, 2부에서는 독자와 저자와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한 명의 시민이자 창작자가 되어 사상가와 눈을 맞추고 다양한 표정을 읽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마지막 3부를 읽고 나서는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고 싶은 마음에 동요되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제목과 두께가 내뿜는 진지함과 무게감에 다소 위축되었지만 예상외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경쾌했다. 띄엄띄엄 훑어볼 수 없게 만드는 방대한 지식과 사상을 흡수하며 호흡이 가빠질 때쯤 가상의 이야기라는 창작물을 만나 새로운 리듬과 감각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일상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은 일상이 본래 막막해서가 아니라 고정된 시선과 자세 때문이다. 308p


다름을 선택하는 습관은 자신과 환경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일종의 마법 같은 힘이 있다. 310p 


누군가와 함께 존재하려면 수직적인 위계를 위한 ‘삭제’가 아니라 수평적인 평등을 위한 ‘수정’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탄생과 죽음이 아닌, 그 사이의 삶뿐이니까요. 418p 


성찰은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마음의 내면 운동입니다. 465p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는 게 삶이다. 470p


위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아포리즘과 대사들이 종종 등장하여 독자를 잠시 멈추게 한다. 나는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와 서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주고받는 대화의 기쁨을 느끼면서 그 내용을 메모했다. 


책은 코로나 19 인해 일상의 단조로움과 무기력을 느끼는 사람들, 시민과의 수평적 협업을 모색하는 예술가와 활동가들에게 든든한 파트너의 역할을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아 고민했던 것들을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동시대 학문과 연결하고, 평범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개인의 일상적 실천을 독려한다. 돌아보면 완독까지 장거리였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바로 페이지를 다시 펼치게 만큼 매력적인 책이었다. 앞으로도 나의 사유와 행동을 펼쳐나가는 참고하면서 영감을 받을 있는 소중한 레퍼런스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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