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사랑의 실패를 다루는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부서진 사랑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꿰맞추는 것처럼, 사랑의 시간들을 빨리감았다 되감았다를 반복하며 보여준다. 처음 사랑에 빠져든 순간, 그 사랑이 깨진 순간, 상대방의 무엇이든 다 좋게만 보이는  순간, 미움의 감정이 생기는 순간 등 사랑에 빠지고 그것에서 깨어나는 순간까지 시간을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감정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남자는 여자를 본 순간, 첫 눈에 반한다. 그리고 (미래의 장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접시를 깨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이 사랑이 접시처럼 깨지고 부서질지라도, 어쩌면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빠져든다. 누군가를 본 순간, 아 이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 그 감정은 미래에 접시를 깬다고 해도 지금 이 감정에 충실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서서히 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정에서 깨어나게 된다. 영화 속의 남자처럼. 

  영화는 전적으로 남자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 사랑에 빠져들고, 그 사랑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한 사람의 처절한 분투기니까. 이제 사랑 이야기는 무엇을 얘기하느냐보다도, 어떻게 얘기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되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상당히 칭찬해주고 싶다. 어떻게 얘기하느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신선하기 때문이다. 어긋난 사랑의 조각을 맞추듯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지나간 사랑이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과 때때로 나오는 감각적인 화면은 인상깊었다. 편안한 이미지의 남자,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는 사랑의 실패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실패해도 언젠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를 보는 내내 우울했던 기분이 다시금 상큼하게 변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보고 싶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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