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예전에 보았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만약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면, 어떤 일들을 가장 해보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때 나는 리스트를 적어본 것 같기도 한데, 어떤 일들을 적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같은 사소한 것들과 세계여행 같은 거대한 일도 적었던 것 같고.


  그 영화를 보았을 때만 해도 죽음이 바로 앞에 다가온 것처럼 하루하루를 절실하게 살아야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상의 삶은 늘 죽음과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늘 잊고 살아간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늘 후회라는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죽음이 바로 눈앞에 닥치게 된다면, 왜 이런 것들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깊은 후회로 가슴을 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금은 뻔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은 이 책을 펼쳤던 것도,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전개될 것 같은 예감에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일종의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죽음이라는 자극. 죽음 앞에서 절실해지는 삶. 그런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나른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다 보면, 잊기 쉬운 것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싶어서였다. 예상대로 이 책은 나의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호스피스 전문의가 죽음을 바로 앞에 둔 환자들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것을 정리한 책이다. 스물다섯 가지 후회는 결국 지금 이것들을 하라는 충고와도 같다. 죽을 때 후회하지 말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조금만 더 겸손하고, 친절을 베풀고, 나쁜 짓을 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 등등. 다 알고 있는 것들이고 해야지 마음먹은 것들이지만 평소 생활에서는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죽음이 바로 앞에 와야 절실해지는 것들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죽음에 대해 생각했고 지금의 내 삶에 대해 생각했다. 결국 나는 내가 지금 너무 많은 것들을 미루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언젠가는 할 거야,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 다음에 꼭 해야지 하면서 자꾸만 미루고 있는 것들이 생각났다. 후회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고, 삶이 끝날 수도 있는데. 지금 해보지 않는다면 영원히 해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 두려워지기도 했다.


  나는 후회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죽는 순간, 내 삶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이 지금 내 삶에 있어서 강력한 각성제가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중요한 것들을 자꾸만 미루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자신의 삶에 너무 인색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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