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만 오늘 밤은 어떡하나요
연정 지음 / 발코니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일에 치여 가장 힘든 시기에 고향에 갔다가 운명처럼 이 책과 마주했다. 귀엽고 아름다운 소품이 가득한 곳에 이 책들이 잘 포장되어 빛나고 있어서 견본 책을 한번 들춰보고 바로 데려왔다. 당장 읽으려고 책상 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고이 놔두었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겨우 시간이 났을 때 이 책을 읽었다. 당황스럽게도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냅킨으로 사람들 몰래 눈물을 닦았다. 나는 다시 할 걸 해야 하니까 급하게 책을 접어 가방에 넣었다. 나머지는 집에 가서 마저 읽으며 마음껏 울었다. 어쩌면 나는 울 핑계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오로지 연정 님의 다짐과 결심, 마음으로 쓰인 글이다. 어떤 글은 너무 처지가 같아서 슬픈 웃음을 짓게 되고, 어떤 글은 닿지 못할 손을 책에 올리며 위로하고 싶어진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나와 같은 높이의 돌계단에 주저앉아 서로 넋두리를 하며 위로받는 기분이다. 내가 힘이 든 건 맞는지, 뭐가 대체 이렇게 체기만 돌고 답답하기만 한지 의문이 쌓여갈 때, 내 상태를 다시 한번 짚어준 책이다.

연정 님의 첫 책은 내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에게 선물했다. 나는 그전보다 단단해진 마음으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이 책도 그 전보다 더 두껍고 단단해져 돌아왔다. 난 이제 이 책을 보면서 웃음을 짓지, 울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작가님께 편지를 써야지 다짐했는데, 이렇게 뒤늦게나마 마음을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