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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여 어디로 가나 - 야마노구치 바쿠 시선, 해설이 있는 시집
야마노구치 바쿠 지음, 조문주 옮김 / 좋은책 / 2016년 4월
평점 :
야마구치 바쿠 시선집 <오키나와여 어디로 가나>
“사피선의 섬
아와모리의 섬
시의 섬
춤의 섬
가라데의 섬”
바쿠의 시 <오키나와여 어디로 가나>는 이렇게 시작된다. 2015년에 발행된 시집 <잘난 척하는 것 같습니다만 나는 가난뱅이랍니다>에 이어 시선집이 나왔다. 이번의 시선집은 바쿠의 시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가 되어 있다.
굳이 덧붙이자면 2015년의 시집을 먼저 읽고 이 시집을 권하고 싶다. 2015년의 시집에서는 바쿠 개인에 대한 감성이, 2016년 올해에 발행된 시선집에서는 오키나와라는 지역적 특성을 같이 엿볼 수 있다.
머리말에서는 “소설가 사토 하루오는 바쿠의 시를 ‘나뭇가지를 울리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연스럽다’고 평했다.”고 적고 있다. 맞는 말이다. 바쿠의 시집을 읽고 있으면 걸림이나 멈춤이 없이 자연스럽다.
양말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니
바지가 누더기가 되어 있구나
바지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니
윗도리가 누더기가 되어 있구나
윗도리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너덜너덜한 구두를 끌고
구두를 찾아다니고 있구나
-<톱니바퀴>
이거 놀랍군 이 집에도
텔레비전이 있었네 해서
겨우 먹고 사는 집도
텔레비전은 있으니 다행이지 않느냐고 하니
얻은 거냐 아니면
산 거냐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쨌든 상관없지 않으냐고 하니
산 건 아니지
얻은 거겠지 라고 한다
확실히 그건 진실 그대로지만
밀어붙이니 화가 나서
쓸데없는 참견을 한다고 했더니
또 못 들은 척
설마 이건 아니겠지 하며
물건을 집는 동작을 해 보이는 거다
-<구경꾼>
<잃어버린 류큐, 흔들리는 정체성> 이라는 제목의 해설에서는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서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일부 작품은 원어로도 소개되고 있어서 원시의 형태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번역, 해설, 표지 글씨와 디자인, 삽화, 그리고 출판까지... 이 모든 것을 오로지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룩해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바쿠의 문학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이 없었다면 이룩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이 시선집이 일본 문학이 아직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는
우리 문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를 쓰는 사람들,
오키나와에 관심을 둔 사람들,
변방에서 묵묵히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6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