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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죽은 소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소녀는 제인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책 소개에 실려있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한순간 세상에 내 이름이 지워져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미 죽어서 이름을 알려줄 수도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려줄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절망적 상황을 암시해 주는 듯했다.
그녀는 제인이라는 이름 대신 진짜 자신의 이름을 찾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 같았다.
과연 누가 그녀의 이름을 찾아줄지 궁금했고 꼭 찾게 되길 바라며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제인의 이름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제인의 이름을 갖게 된 18살 '앨리스 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보통은 사건이 일어난 후 주인공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특이하게도 아직 죽기 전의 앨리스가 어떻게 제인이 되었는지 다시 본래의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을 독백식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비가 엄청 내리던 허드슨 강가에서 죽어있던 앨리스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또 다른 주인공인 '루비'
그녀는 호주에서 약혼자가 있으면서 자신을 만났던 애쉬를 잊어보려 뉴욕에 홀로 도착한다.
외롭고 우울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루비는 앨리스의 시체를 목격한 후 트라우마에 사로잡힌다.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갔다가 레니를 만나고 그녀의 데스 클럽 회원 수와 조시를 만나며 뉴욕 생활에 적응을 해나간다.
앨리스가 뉴욕에 도착해 용기를 주고 베풀어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던 노아 할아버지가 가장 인상 깊었다. 앨리스를 아무런 대가 없이 받아들이고 무심하게 툭툭 챙겨주는 모습이 진정한 어른처럼 느껴졌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의 보호아래 멋진 미래를 꿈꾸고 있지 않았을까?

조금은 비슷한 상황에 노여있던 앨리스와 루비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주며 서서히 제인에서 앨리스라는 이름을 되찾는 과정, 그리고 루비의 진심 어린 관심으로 인해 범인을 검거하는 장면까지 쉴 새 없이 달려갈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쯤 허드슨 강가에서 러닝 하다 쉬고 있던 루비와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앨리스의 만나는 장면은 왠지 뭉클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루비와 앨리스가 서로 스쳐 지나가며 일상의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범인을 잡아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보통의 추리소설과 다르게 범인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