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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책의 처음 시작은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서울로 가시고 딸의 죽음으로 마음의 병이 있어 가족의 일을 단톡방에서 알게 되는 넷째 헌이가 J시에 홀로 남아계신 아버지를 돌보겠다고 내려가면서 시작한다. 아버지는 말이 그렇게 많지않고 과묵하시고 헌이 역시 무뚝뚝한 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집에 머물면서 어린시절에 보았던 아버지를 회상하는 딸 헌이의 모습에서 나도 어렸을 적 무뚝뚝했던 아빠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어린 시절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오셔서 하교하는 나를 태워서 같이 운영하고 있던 구멍가게로 돌아왔던 일이나 일하고 오시면서 시장 입구에 있던 통닭집에서 통닭을 사서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일등이 여러가지 추억이 떠올라서 즐거웠다.
3장에 리비아에 파견 나가있던 첫째오빠와 아버지가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그 당시 누구나 힘들었을 시기의 모습을 보여준 부분이 제일 좋았다. 말수도 적고 표현을 잘 하지 않던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씀씀이가 엿보여서 뭉클했다. 우리 아빠도 책 속의 아버지처럼 표현하진 않지만 책 속의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계실거라고 믿는다. 특히나 요즘 아프셔서 병원진료 받으러 가실 때 항상 나와 같이 가고 계신다. 나한테 표현하진않아도 병원밥 사먹고 오라던가 커피한 잔 사마시라던가 종종 애기하신다. 물론 나도 아빠한테 머드실지 생각해보라던지 음료수 드실껀지 물어보기도 하고... 말을 많이 하지않지만 아빠한테 미리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기도 한다. 아빠가 나이드시면서 유하게 변하신 것 같아 좋다.
붙들고 있지 말어라. 어디에도 고이지 않게 흘러가게 둬라. - 90p
딸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아버지이지만 속으로는 딸을 무척 생각해주고 계셨다는게 느껴졌고, 마치 너의 잘못이 아니니 빨리 떨쳐내고 편안하게 살아갔으면 한다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했다. 세상에 대부분의 아버지는 표현을 잘하지않아도 속으로는 속상하고 격려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버지에게 먼저 다가가서 애기해보자. 분명히 좋아하실 것이다. 우리 아빠만해도 맛있는거 같이 사서 가시면 엄청 좋아하시고 웃으시니까말이다.
왜 아버지가 너의 거짓말을 몰랐을 것이라 여기느냐고 물었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그렇게 속는 척해줄 뿐 속지 않는다고. - 156p
어릴적 우리집은 작은 구멍가게를 했다. 가게에 달려있는 방에서 식구가 같이 살았고 벽장이 하나있었는데 거기엔 동전들이 가득 들어있던 상자가 있었다. 옛날엔 문방구에 옆에 딸린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사먹거나 문방구 대표상품 불량식품을 사먹고 싶지만 어린아이에게 돈이 있을리가. 그 상자 안에서 동전 몇 개 가지고 간다고 티나지도 않을거라는 순진한 마음에 종종 가져가지만 금방 들키고 만다.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던 시절 부모님은 모든지 알고 계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일도 있었는데 하는 추억이지만 그 때 당시에는 어린마음에 혼나고 얼마나 서러웠던지... 아마 겪어본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찔리는 분들 손!!)
맨 마지막 '5장 작별 곁에서'를 읽을 때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신건지 천천히 주변을 정리하고 책이 끝날 때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을 담담하게 헌이에게 적어달라고 할 때는 울고 말았다. 영원히 곁에 있을 것 같은 아버지가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슬펐다. 그런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과연 그런 일이 올 때는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지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고 나면 아버지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올릴 수 있고, 시간 날때마다 부모님을 찾아뵈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부쩍 갖게 해주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서는 나처럼 울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을 꼭 읽어보시고 나와같은 마음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 창비 사전서평단으로 가제본을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