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인 10.26에서 5.18에 이르는 우리 역사의 극변기에 대한 의문에서 이 글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그 시대의 의문을 저자 나름의 자료수집과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을 하여 내놓은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 그 당시 한국에서 살던 사람이면 누구도 잊을 수 없는 그 충격의 사건으로부터 우리가 얻은 내용은 김재규 중정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쏘아 죽였다는 사실 외에는, 어떠한 발표내용이나 떠도는 소문도 믿을 수 없었고,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이제 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문점이 동시대의 같은 연배의 사람에 의해 해부되어 추론(사실의 해석)된다는 것 자체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 당시 대학에 재학 중이던 나는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았고, 박정희 정권(유신 헌법) 말기의 그 혹독한 긴급조치에 의한 탄압의 피해자였다.  대학생활은 파행적일 수밖에 없었고, 감시와 탄압으로 늘 피해의식에 젖어 있었다.  독재자이기에, 장기 집권 때문에, 정치적 탄압 등등의 이유로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에는 궁금해하고, 또 그의 후계자들의 잘못된 정치행태 때문에도 그에 대한 관심은 작지 않았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사건의 전말은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쏘았는가? (김재규도 차지철 못지 않은 박정희敎 信者가 아니던가?) 그는 왜 중정으로 들어가 정권을 장악하지 않았는가? 어찌하여 육본으로 들어가(호랑이 소굴) 체포를 당하였나? 아무리 전두환이 보안 사령관에 合搜部長이라 하여도 군 序列上으로 보아 그가 어떻게 하여 리더가 되고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미국은 사전에 알았는가 혹은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 등등 내가 품었던 의문들을 저자도 같은 시각에서 시작하여 추리하고 자료를 접하여 해결하고 결론 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내용은 카터가 방한하였을 때 박정희를 무시하고 모멸감을 안겨준 사건에 이르러서는 약소국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익에 맞추어져 이루어지고 행해지는 국제사회의 현실은 우리도 힘을 길러 최소한 남에게 무시 내지는 억압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미국 대통령 특별명령에 이르러는 저자의 추론에 완전히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미국의 사주에 의해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고 유신시대를 종결지었다는 것은 나 자신도 암묵적으로 의심하던 바와 합당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때 김재규가 행한 어설픈 행동에 대하여 해명이 되질 않는다.  명색이 육군 장군 출신에 中情部長인 사람이 세 살 먹은 어린아이만도 못하게 우왕좌왕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당시의 將軍이라면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월남전 등을 겪으며 숱한 전투경험을 갖고있었을 것이고, 그는 또한 누구보다도(대통령보다도)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있고 지휘하고 있는 지도자였는데, 이 지도자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어설프고, 철학도 없는 그러한 행동(지금까지는 당시 합수부의 발표 내용이다)을 김재규가 하였다면 그것은 의심하였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김재규는 그자신의 표현대로 '유신의 심장'을 쏜 사람이 아닌가?

저자의 결론은 명백하다.  自主國防을 이룩하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우리는 미국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그것을(자주국방) 막기 위해 미국은 김재규를 사주하여 박정희를 살해하고야 만 것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자주국방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놓친 안타까움과 없어진 기술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벌써 이십여년 전에 이룩한 성과인데.....   최근에 와서야 韓美간에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한을 개정하는 협정이 이루어진 것에 비한다면 한탄이 절로 나온다.

이 글에서 흠이라면, 단지 박정희와 미국과의 관계를 보다 더 극적으로 상정하기 위한 것이라 추측하지만, 박정희를 미화하고 애국심에 가득찬 지도자로 묘사하여 후대의 사람들에게 그릇된 시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의 독재를 단지 시대적 상황으로 치부하려는 것에 대하여 나는 단호히 거절한다.  그 당시보다도 훨씬 나쁜 상황하에서도 정치적인 발전이 있었고, 경제적인 성장도 이루어졌다.  박정희의 경제적 성과라고 선전하는 내용에도 상당한 회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다른 사람이 집권하였다면 그만큼 경제성장을 하지 못하였을까?  만에 하나 양보하여 박정희가 아니면 그러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조금 덜 발전하고 못산다하여 그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으며, 인간의 삶의 질에 있어는(지금은 먹고 살만해서 그런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이 되었다)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당시 경제성장의 후유증으로(정경유착, 재벌위주의 성장, 부정부패의 만연, 지역발전의 불균형, 금전만능주의 等) 昨今의 檀君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하는 IMF 체제하의 긴급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주국방의 필요성과, 그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좀더 연구를 해보아야 할만한 것이지만, 한가지 주제에 너무 몰입하여 전체의 윤곽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포장하여 독자에게 제시하는 것은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지않나 싶다.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공감을 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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