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데 괜찮은 녀석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ㅣ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이야기는 양지화원이라는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한다. 간판은 화원이지만 꽃은 팔지 않고, 현성이네가 사는 집이다. 따뜻한 봄이 되면 새 아파트로 이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이 유쾌하기 까지하다.

드디어 봄.

그러나 삼촌의 사기로 이사는 멀어지고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한다. 아빠의 가출과 엄마의 밤낮없는 식당일, 결국 강제 퇴거까지.

마트에서 같은 반 장우와 우연히 마주치지만 쉽게 친해지진 않는다. 어른들의 일로 받은 피해와 상처를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나가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현실에서는 어른들의 문제에 대한 어떤 해명도 없이 알아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유튜브 채널 ‘아무것도안하는녀석들’을 통해 현실의 부담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을 써 나가는 김려령 작가의 어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다. 사기를 당해 비닐하우스에 살고,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아빠가 두 명씩인 얘기를 전혀 무겁지 않게 썼다.

현성이 또래는 남과 비교를 하면서 불평, 불만이 많은 시기이다. 중반부에서 현성이는 집이 여러 채인 장우와 비교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장우를 질투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만의 아지트가 생겼다며 좋아하는 녀석이다.

항상 긍정적인 현성이의 모습은 아무 것도 안 해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