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의 여자 1
서희원 지음 / 청어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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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만해서는 한번 잡은 책은 끝까지 다 읽는 편인 나로써는 조금 견디기 힘든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책을 읽으려는 찰나, 1편의 두세페이지만 넘겨도 숨이 막힐듯한 작가의 문장 묘사력에 나는 정신이 없었다.  

~이었다, ~었다,~것이었다,~했었다. 등, 문장의 종결로 끝나는, 마치 약속이라도 잡은듯한 그런 똑같은 문장들에 나는 점점 질리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1권의 반만 읽고 책을 덮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만큼 책은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는 문장력에 굉장한 실망을 체험해야만 했다.

10대들이 열광하는 가볍고 짧은 문장의 인터넷 소설들이 괜히 인기있는게 아니다. 짧고 탄력적이며 독자들의 상상력으로만 채워져야만 겨우 문맥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인터넷 소설같은 경우는 10대들 특유의 방대한 상상력을 기점으로 부족한 소설은 완성되어진다. (그래서 20대부터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어린작가들의 인터넷 소설이 초중생의 아이들에게는 먹히는 것이다. 그때의 나이는 온통 공상과 상상의 나래로만 펼쳐져 있는 나이때이니까.) 

하지만 '술탄의 여자' 같은 책의 꼭대기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작가의 상상력이 문장과 정비례 하는 경우에 독자는 호흡하고 있던 숨을 멈춰야한다. 작가는 독자가 책속의 문장에서 상상해야하는 부분의 여지를 주지 않고, 오직 자신의 상상을 아주 자세하고 정밀하고 문장으로 입력시켰다. 그리하여 약간의 상상도 허용하지 않는 독선적인 작가의 문장에 독자는 결국 책을 덮어버릴 수 도 있을 것이다. 

줄거리는 세자의 승은을 입은 조선의 기생이 해적에게 납치되어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모로코까지 가게 되어 운명적으로 술탄의 여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짧은 줄거리로만 본다면 정말 여러가지 상상의 나래를 띄울 수 있는 완벽한 시놉시스 아닌가? 하지만 작가는 저렇게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어떻게 그리 재미없게 풀어낼 수 있었는지, 작가의 재능이 심히 궁금할 뿐이다. 시놉시스 쪽에 숨어 있는 많은 흥미 포인트와 재미를 넣을 수 있는 부분을 아주 깡그리 무시하듯 바람처럼 지나가게 하고, 재미없는 부분에 굉장한 무게와 힘을 주는 작가의 필력에 한숨만 나온다. 로맨스소설이나 순정만화의 핵심 부분인 '밀고 당기기'가 영 시원찮은 작가의 글솜씨에 책은 지루하고 지루하게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할 수 있으면 좋은 점을 내새워 그 점을 극적으로 칭찬하고 싶지만, '술탄의 여자'에서는 그런 좋은 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다. 있다면 하나, 책이 2권 분량으로 각각의 권이 굉장히 굵다는 정도? 하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종이책의 분량에도 재미없는 소설이라면 이미 말 다한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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