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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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책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천지를 알아가면서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문제의 사람들은 천지의 학교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그 친구의 부모에게 까지 연결된다. 아직 어려서...라고 보기에는 연륜이 묻어나는 어른들도 있다.

사람들은 모이면 으레 누군가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든다.
그 희생양을 두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럼 그 희생양은 웃으며 받아 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웃으며 편하게 이야기 하는 그 상황 속에서 화를 낸다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그렇다고 웃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 아픈..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삐에로가 된다.
그렇다고 화를 안내본 것도 아니다. 화를 내봤자 예민하게 왜그래 머 그런식으로 얼렁뚱땅 자기들끼리 또 웃으며 넘어간다. 화를 내는 나의 모습따윈 보이지 않는지.. 그럴때면..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랬던 나이기에 더더욱 책 내용으로 빨려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늘 착한 딸이자 착한 동생이고 착하다 못해 바보같은 친구였던 천지.
그래서였던걸까 그 착한 천지는 이 세상을 떠나가면서까지
자기의 숨을 놓게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얽혀버린질하던 붉은 털실 속에 실패라는 모양의 메시지로.. 붉은 털실 뭉치를 풀면서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랬던 것은 아닐까?
끝까지 관계를 풀고 싶었던 천지의 마음을..
마지막에 죽음 앞에서도 관계의 회복을 소망했던 천지의 모습이 내 눈에 눈물 맺히게 했다.
나 또한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아프지만.. 아니 아팠기에 더더욱 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해당 당사자에게만 털실뭉치를 남겼던 것 처럼 이 관계는 당사자들만이 풀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는 집단적 성향이 강한거 같다.
그걸 제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 붉은 악마로 축구를 응원했던 모습이다.
누군가들이 시발점이 되어 행하면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거기에 관심 없던 사람들 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라며 같이 동참하게 된다. 물론 자기의 생각에 의해서 모이기도 하지만 정말 관심 없는데 그냥 남이 하니까라며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천지의 반친구들도 그랬던 거 같다.
 화연이가 구박하니까 몇몇 아이들이 동참했을 테고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행동 하는 것이다. 미소가 공식 왕따가 된 이유도 일진의 아이들이 시작한 따돌림에 모든 아이들이 동참해서 그렇게 되었다.
따돌림은 집단적 성향에 의해서 완성되는 거 같다.

그럼 그 시작은?
자기가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우월성이 따돌림의 시발점이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데는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아이보다 좋은 게 없다.
누군가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따돌리면 그 일은 집단에 영향을 미쳐
그럴생각이 없었던 다른 사람들까지도 그 일에 동참하게 만든다.
그러면 따돌림을 시작했던 아이는 집단에서 돌리는 아이로 인해 더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아이가 엄마 힐을 신고 걸어다니는 모습과 똑같이 위태롭고도 위험하다.
저런 상황 자체가 자기보다 강한 다른 누군가가 자기를 상대로 화살을 겨눴을때 자신도 똑같이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집단의 아이들은 내가 안하면 내가 당한다는 생각때문인지 쉽게 동참하게 된다.
다르게 생각하자면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우월성의 반대로 남보다 무엇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그 생각을 거부하고자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타깃을 정해 그 우월성을 느끼고자 할 수도 있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도 아이지만 따돌리는 아이 또한  정상이 아닌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기에 그런 행동을 하기에 돌을 던질 수도 없는거 같다. 그 결핍은 결국에는 어른에게서 발생된 것일 테니까.
가장 가까운 어른. 부모이다. 어쩜 이 책에서 가장 미움을 받아야 할 아이 화연이도 애처롭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에는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천지에게 집중되어 읽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만지, 화연, 미란을 통해 어쩜 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상처받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을 꺼 같다.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어쩜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르게 나가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칼날보다 더 날카롭게 느껴지는 아픔이니까. 다시 한번 말의 무서움을 상기하게 되었다.

 읽을수록 김려령 작가의 소재 선택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날카로우면서도 절제특히나 얽혀버린 인간관계를 털실이란 소재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듯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날카로운 은유법들이 읽는 내내 재미를 더해갔다.

 
친구 험담이야 그 나이 때는 흔한 일이라며 자신에게 이기적인 당위성까지 부여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반복된 그 흔한 일이 천지에게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 감기와도 같았다.
너무 흔해서 우습게 보이는 병. 방치하면 심각한 병으로 전이되기 쉬운 병.  (p35)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저런 조잡한 말들은 가슴속에 박힌다. 이젠 괜찮을 때도 된거 같은데 그 조잡한 말들은 계속해서 내 가슴에 상처를 낸다.
 내성이 생기지 않는 감기라는 표현처럼...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우아한 거짓말의 이야기가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 임을 알았다.
그런데 그 작가의 말을 읽는데 왜그리도 목이 메이는지..
그건 나또한 그런 경험이 있기에 그랬던거 같다.

 그 아픈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잊으려 할수록 악착같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이니, 잊을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그 고약한 기억에 슬쩍 웃기도 합니다.
나를 지치고 쓰러지게 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하고 바라봐주는 누군가도 있다는 걸 깨달은 날이기도 하니까요. (p227)

 작가의 저 말처럼 나 또한 그 힘든 시기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힘들때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만 보인다. 너무 아프니까 다른데 눈돌릴 수가 없는지..
그런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에서 사랑 가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당시는 해결책이라고는 죽음밖에 없는거 같지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자기를 좀 더 사랑하고 자기의 삶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생활해 나간다면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터널을 통과하다 보면 어둠 뿐이고 끝이 없을꺼 같지만
터널의 끝은 낭떠러지가 아닌 또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p227)

또한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는 사람 가지고 놀지 마.
네가 양손에 아무리 근사한 떡을 쥐고 있어도, 그 떡에 관심없는 사람한테는 너 별거 아냐.
별거 아닌 떡 쥐고 우쭐해하지 마. 웃기니까. (p220)

 지금 당신이 어떠한 이유에서 누군가를 따돌리고 있다면 혹은 말속에 자신의 우월성을 담아내고 있다면 결국 그 일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음을 았았으면 한다. 

 지금은 우월한 위치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한 순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들이 따돌리더라도 자신만큼은 손을 먼저 내밀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미란이처럼 모든것을 다 안다든 듯 사실만을 던지는 손을 내밀지 말고
정말 사랑의 손을 내밀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내민 사랑의 손은 나중에 당신이 정말 힘들때 받을 손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p23)

공기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청정기는 없을까?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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