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골드문트가 요한의 상을 만든 후에 느꼈던 공허감도 바로그런 절망 때문이었다. 최고의 열락을 맛본 후 느끼는 깊은 절•망의 나락.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깊은 허무감. 골드문트는 요한의 조각상을 만든후, 자신의 죄를 더욱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그는 질문하기 시작한다. 내가 죽인 빅토르, 그의 시체는 어떻게 되었을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로구나싶은 순간에 오히려 자신의 죄를 똑바로 바라보게 된 골드문트그것은 자신의 어둠과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전체성‘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둠을 뺀 밝음만이나다운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어둠과 죄악과 실수까지 끌어안은더 커다란 나를 발견하는 순간. 자신이 그토록 열정을 불태웠던대상을 완성하게 되자, 그에게는 더 이상 니클라우스 같은 직업적인 장인(匠人)이 되고 싶은 열망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장인이라는 직업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예술의 열정을 끊임없이•불태우기 위한 방랑의 자유가 필요했던 것이다. 니클라우스는•자유를 향한 골드문트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니클라우스는자신의 제자가 더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는 ‘재능‘만이 중요했기에, 골드문트가 꿈꾸는 ‘삶‘까지 배려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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