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저널 -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여행
존 스타인벡.로버트 카파 지음, 허승철 옮김 / 미행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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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후반 미국 신문에는 매일 러시아 기사가 실렸지만 그것들은 전부 스탈린, 러시아 군대, 미사일 실험 등에 대한 것이었고,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는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글이 없다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중략)...이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또 어떻게 죽는지, 이 사람들은 무엇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지, 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하고, 여흥을 즐기는지... 이런 것을 찾아 내고, 사진을 찍으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16

여행의 시작점에서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가 품은 생각은 모스크바-스탈린그라드-우크라이나-조지아로 다니면서도 끊이지 않아 이들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묘사하는 대신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의 삶을 기록했다.

사회주의 원리에 따르느라 우스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 사회주의 사회 속에서 고도로 자본주의적인 사람들,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 연극에 드리워진 우스꽝스러운 체제 이념 하지만 그 어떤 이념과도 상관없이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 전쟁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으로, 스탈린그라드 사람들이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에게 외국에서 우리 시민들에게 보낸 선물이 이러하다며 독일과의 전쟁에서 이긴 것을 자랑스러워하더니, 너희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써달라고 요청했을 때 존 스타인벡이 주저했다는 대목이었다.

그에게 어떤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우리에게 내내 떠오르는 것은 트랙터공장 용광로에서 일하던 강철 같은 얼굴들과 땅 밑 구멍에서 머리를 매만지며 나오는 소녀들, 저녁마다 아버지를 보러 공동묘지로 가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다. 이 모습들은 바보같은 우화적 모습이 아니었다. 바로 이 사람들이 공격을 당하고 성공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한 작은 사람들이었다.’ p219

존 스타인벡은 슬픔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하는 슬픔이고, 주목해야 할 것은 영웅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창녀의 외모를 언급하는 대목은 의외였는데 스며든 슬픔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존 스타인벡은 진보마초인가. 그렇다고 하더라 여행기를 관통하는 존 스타인벡의 시선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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