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트 : 땀, 힘겨운 노동 GD 시리즈
린 노티지 지음, 고영범 옮김, 우연식 그래픽 / 알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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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노티지 <스웨트>. 작품은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슬픈 과거를 관객한테 암시하는 '현재'-슬픈 '과거'-슬픈 과거를 관객이 알게 된 뒤 '현재' 의 순서로 진행된다. 공간적 배경은 공장이 있는 가난한 소도시이고, 시간적 배경은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시작된 2000년대 초반이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은 대를 이어 이 도시에 살고 있는데 그들은 똑같이 가난하다. 백인과 흑인은 공장 생산직으로 일하지만 히스패닉은 공장에서 일할 수 없다. 공장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다.

똑같이 가난하고 똑같은 일을 하니 백인, 흑인, 히스패닉은 친구가 된다. 그건 반대로, 똑같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똑같이 되지 않는 사건(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해고와 채용, 실직과 구직)이 발생하고 이들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외부가 붕괴되어 나의 삶이 위협당할 때 적으로 규정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다. 인간 존엄은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하지만 아주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위협당한다.

<스웨트>에서 지금 한국을 떠올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양대 노총은 건설업 분야 불법취업자 같은 외국인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가 여성에게 문을 더 열겠다 하니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외국인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 여성에게 평등한 세상은 남성에게도 평등한 세상 아닌가? 이런 주장은 부당하다. 코로나 창궐로 경제난은 더 심해질 거라는 예측이 있으니 <스웨트>와 같은 이야기는 일어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이 의미심장하다. 슬픈 과거를 관객한테 암시하는 '현재'-슬픈 '과거'-슬픈 과거를 관객이 알게 된 뒤 '현재'라는 구조는 화해-갈등-화해를 나타낸다. 화해단계에서 서로는 만난다. 마주 보고 껴안는다. 함께 있고, 사과하는 마음을 품은 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을 마주 보는 것은 곧 상처받은 사람들이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떻게 보는지 발견하는 것과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것이라고 <스웨트>는 말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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