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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 우리 시대 탐서가들의 세계 명작 다시 읽기
고민정 외 지음 / 반비 / 2014년 5월
평점 :
‘우리 시대 탐서가들의 세계 명작 다시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어릴 적 동화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이따금 동화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너무나도 그리운 어른으로서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었다. 저자들을 주욱 살펴보니 아는 이름보다 모르는 이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책은 다행히도 거의 다 읽어 본 것들. 아, 읽지 않고 본 것도 제법 있었다. <플랜더스의 개>와 <레 미제라블>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으로 본 작품들이다.
찬찬히 책을 열었다. 장 제목부터가 멋졌다.
유년의 영혼은 명작과 함께 성장한다
영혼이라는 단어와 한껏 멀어진 세상을 살고 있고, 그래서 ‘영혼’이라는 단어가 자칫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영혼’이라는 단어에는 여전히 한순간에 읽는 이를 진지하게 만드는 힘이 실려 있다. 나는 진지해졌고 금세 아련해졌다. 거창하게 느껴지는 문장이긴 하지만 참으로 옳은 말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수를 셈할 수도 없지만 어린 시절, 내 안의 무언가는 분명 명작과 함께 성장했다.
프롤로그를 보면 정혜윤 피디가 최초의 아름다움, 최초의 윤리를 동화에 빚 졌다고 하는데 이 역시 공감한 말이다. 아름답고 올바르던 그 세계는 분명 동화가 베푼 고마운 선물이었다. 현실과는 퍽 다른 세상이지만 그 아름다움과 올바름을 기억하기에 우리는 더 아름답고 올바른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 노력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탐서가들이 글을 쓰다 보니 글맛이 제대로 살아 있었다. 문장을 읽는 즐거움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가벼웠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라 책을 읽고 깨닫는 바와 문체에 차이가 컸다. 경제학자가 읽은 크리스마스 캐럴과 키다리 아저씨는 다분히 분석적이었으며, 소설가가 읽은 어린 왕자는 아름답되 어지러웠고, 동화 작가가 읽은 몽실 언니는 따뜻하고 감성적이었다. 다름에서 오는 낯설음과 재미까지는 참 좋았는데 들쭉날쭉한 느낌이 들기도 한 건 사실이다. 현재의 전문 분야를 배경으로 얘기하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을 읽으며 동화와 세계 명작을 읽던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린 시절 읽던 계몽사 문고와 에이브(ABE) 문고 시리즈도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한때 안 좋은 얘기가 있었던 계몽사는 의연하게 다시 일어나 <계몽사 문고> 시리즈를 복간 중이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고마움이 자라났다. 옛날에 재미있게 읽었던 <파랑새>를 한 부 구입해서 보니 옛 그림까지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옛 친구가 내가 알던 그 따뜻하고 고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때의 뭉클함 같은 것이 막 느껴졌다.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도 언젠가는 내가 읽은 동화와 세계 명작을 읽을 것이다. 그때 내 유년을 함께 했던 책들이 내 아이에게도 최초의 세계를 선물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하여 같은 세계를 꿈꾸는 엄마와 자식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