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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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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내게 오랜 화두였다. 대다수의 부모가 그러하듯 우리 부모님 역시 자신을 돌보지 않으며 가족을 건사했고, 그 대가로 자식에게 기대를 전가했다. 부모님의 기대와 보상 욕망이 모두 자식에게 쏠려 있는 마당에 상대적으로 못난, 딸이라는 존재가 흡족했을 리 없다.

나는 오랜 시간 오빠와 나를 달리 대우하는 부모님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었다. 때로는 악을 쓰고, 때로는 읍소하며 부모님의 관심을 끌어보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부모님의 관심은 그런 걸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부모님에게서 멀어지는 방식으로 나를 지켰다.

가족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의 장인지, 기대와 욕망, 좌절과 실망, 질투와 분노, 오해와 억측이 얼마나 쉴 새 없이 솟구치고 고꾸라지기를 반복하는 집단인지, 오랜 낙담 끝에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런 내 눈에 <가족이라는 병>이 안 띌 리 없었다.

 

일본 아나운서 출신의 작가 시모주 아키코는 ‘가족’이라는 성지를 불순하게도 낱낱이 헤집는다. 그리고 가족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믿어 왔던 것들에 물음표를 던진다.

 

사이 나쁜 가족들 틈에서도 아이는 제대로 자란다 / 고독사는 불행이 아니다

 

통념을 깨는 목차에 경계심마저 든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차츰 고개 끄덕여진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그 기준이 내게 있었음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했다. 대신 책임도 스스로 졌다. (39쪽)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 사람답게 죽을 수 있다면 그런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113쪽)

 

작가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독립된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가족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말대로 결국 삶은 각자의 몫이다. 나쁜 가족들 틈에서 그릇된 행동 양식을 보고 배울지 그것을 딛고 이겨내 더 나은 삶을 꾸려갈지는 아이의 선택에 달렸으며, 고독사가 자신의 생활 방식에 따른 죽음의 방식이라면 가족이라 하더라도 존중해 주어야 옳은 것일지 모른다. 삶은 개인의 것이니까. 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은 저자의 목소리에서는 오랜 숙고 끝에 얻은 깨달음의 힘이 느껴진다.

 

개개인의 삶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이상은 유난히 견고하다. 가족은, 아버지는, 어머니는, 아들은, 딸은, 사위는, 며느리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그려놓은 모습대로 살기 위해 우리는 대체로 자기답기를 포기하고 살아간다.

작가는 한껏 차려입고 나가 행복을 포장하고 찍어낸 가족 앨범이 가족의 참모습은 아닐 거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각자가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자기답게 살면서, 그 모습을 존중해 주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것이 더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일 수 있다고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살아오는 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가족들을 향해 편지를 띄운다. 그 편지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작가 자신이 부모에 대해 품어왔던 기대가 엿보인다. 아버지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 어머니가 더 독립적으로 살아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어쩌면 저자 역시 부모에게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되돌아보니 나는 그랬다. 내 부모가 보다 공정하고, 기대와 욕망을 대물림하지 않는 성숙한 인격이길 바라왔다. 현재의 내 부모를 그대로 받아 안지 못하고.

<가족이라는 병>은 한동안 덮어두었던 가족이라는 오랜 화두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묵은 상처라 통증도 있었지만 리뷰를 쏟아 낸 지금, 나는 조금 시원하다. 전보다는 덤덤하게 부모님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여러 번 되새겨 마음에 꼭 남기고 싶은 문장을 써 본다.

 

과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낳은 자식이니 피로 이어진 관계이긴 해도, 엄연히 독립된 인격이다.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대로 옭아매서는 안 된다.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대한 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낙담하고 불평불만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아닌 남에게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 타인에 대한 기대는 낙담과 불평을 불러오는 최대의 요인이다.

기대는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47-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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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 계몽사 주니어 클래식 27
쥘 르나르 지음, 권영자 옮김, 펠릭스 발로통 그림 / 계몽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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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특이한 작품인 것 같아요. 신기하고, 재밌고, 무섭고, 슬프고, 이상하고... 아무튼 여러가지 감정들이 드는 작품이었어요. 이상한 집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중에 홍당무가 반항을 하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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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북 계몽사 주니어 클래식 23
너대니얼 호손 지음, 강순식 옮김, 이우경 그림 / 계몽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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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읽어본 적 있는데... 힘들게 읽긴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었어요.ㅋ 이 책은 신화는 몇 편 안들어있는데 쉽고 재미있게 풀어놔서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아요. 아직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낯설다면 이렇게 시작하고 한번 읽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추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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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의 여왕 계몽사 주니어 클래식 21
헨리 라이더 해거드 지음, 안흥준 그림, 최요안 옮김 / 계몽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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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이나 기다렸는데 결국 사랑은 못 이루고... 저는 동굴의 여왕이 좀 안쓰러웠어요. 신기한 얘기들도 많고 재미있었어요. 꼭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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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계몽사 주니어 클래식 28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박석기 옮김, 윤석원 그림 / 계몽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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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 이런 내용인 줄 몰랐어요. 제목은 알았는데 이번에 읽었거든요. 원래 좀 못된 사람이었네요. 좋은 쪽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어요. 그림으로 표현된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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