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하버 스트리트 - 베라 스탠호프 미스터리 베라 스탠호프
앤 클리브스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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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이상해요. 덕분에 대체 원래 표현이나 문장이 뭘까를 고민해가며 읽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네요 그리고 범인의 정체가 놀랍다기보다 응?? 하게 되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결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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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페미니즘 선언
낸시 프레이저.친지아 아루짜.티티 바타차리야 지음, 박지니 옮김 / 움직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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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해방적 지향점이 페미니즘의 제3의 물결 속에 있다면, 그것은 앞선 두 번의 논의들에 대한 변증법적 지양으로서만 현행적 의미를 지닐 것이다. 앞서 밀려왔던 파도들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오늘날 이루어지는 담론의 기저를 구성하지만, 그 자체로 표면화될 때 이는 시대적 환경에 산화되어 퇴행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지난 페미니즘의 해방적 전망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을 정세와의 조응 속에 발맞추어 전개하는 이론과 운동이 필요하다. 99% 페미니즘 선언은 그러한 이론의 가능성을 보이려는 시도이다.

 

이 책은 선언문manifesto이다. 저자들이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글은 맑스의 <공산당 선언>의 오마주이다. (11개의 절로 이루어진 형식은 <독일 이데올로기>의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형식을 빌려왔다) <공산당 선언>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짧은 팸플릿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이론에 대한 세부적인 논증이나 대상에 관한 긴 역사적 서술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대의 핵심을 포착하는 이론적 단면들 및 이에 결부되어 있는 운동의 조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이 설명에서 고찰되어야 할 부분은, 이 설명이 다루는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다른 이론들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그리고 이 시점에 이러한 이론이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의 문제들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주제는 반-자본주의적 페미니즘이다. ‘99%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이 2011년의 월가 점령 운동의 구호 ‘우리는 99%다We are the 99%’를 암시하는 데에서 드러나듯, 자본주의와 결부된 성차별이 이 책에서 비판받게 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흐름은 그리 새롭지 않다.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맑스주의 페미니즘이라는 논의가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갖게 한다. 반-자본주의 페미니즘은 자본주의에 비판적이었던 기존의 주장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가?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이 지금 왜 요청되는가?

이 차별성은 저자들이 주목하는 페미니스트 파업 운동에서 발견된다.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페루, 미국, 멕시코, 칠레 등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여성이 참여한 이 운동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종래의 맑스주의와 달리 임금노동 체계로서의 자본주의만이 아니다. 여성 파업 운동은 고정된 성역할 속에서 이루어지는 재생산 노동을 비판하며, 나아가 반인종주의, 생태주의, 장애운동, 퀴어운동과의 연대를 추구하고자 한다. 이 새로운 갈래의 페미니즘은 계급적 문제의 기원으로서만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위기의 문제적 근원으로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을 지목한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계급 간의 빈부 격차만이 아니라 생태적 위협과 인종주의, 이성애중심주의, 계급갈등에 맞물려 있는 총체적인 문제로 제시되고 있으며, 따라서 여성해방의 가능성 역시 이러한 넓은 의미의 자본주의적 억압과의 투쟁 속에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 반-자본주의적 페미니즘의 차별성은 이처럼 자본주의가 갖는 포괄적 사회연관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기인한다.

이 진단은 신자유주의적 체제에 대한 선전포고이며 나아가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이다.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첫 번째 물결로 불렸던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과거의 유물로 전시되는 대신 오늘날에도 당당히 페미니즘의 주류 지위를 차지한다. 요구하는 바가 참정권에서 기업의 고위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책의 첫 문장에 등장하는 셰릴 샌드버그는 이와 같은 현대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대명사적 인물이다. 그의 관점에서 성평등이란 고위직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는 지배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지, 사회적 억압의 해방의 결과물로서 젠더 정의가 아니다. 반-자본주의적 페미니즘은 이처럼 페미니즘의 탈을 쓰고 퍼져나가는 신자유주의와 대척점에 선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소수의 파이를 챙기는 이념이 아니라 모두의 해방을 위한 이념임을 선언하고자 한다. 바로 여기에 이 선언의 시의성이 있다. 

이러한 시의성과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엄밀히 말해 “99%를 위한 반-자본주의적 페미니즘” 선언은 완성된 이념의 표출이 아니라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운동의 지향점이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억압은 성과 인종, 지역 등 다양한 범주들에 얽혀 있으며, 진정한 해방을 꿈꾸는 페미니즘은 이러한 차이와 경계를 넘나드는 연대성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 이러한 연대적 투쟁은 어떤 모습을 갖게 되는가? 이 책에서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답변들은 자본주의가 가부장제와, 인종주의와, 생태주의와 연관된 방식에 대한 길고 상세하며 때로는 지루하거나 모순적이기까지 한 해명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이 복잡한 연관 속에서 억압을 제거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이미 여러 페미니즘 담론의 갈래들이 보여준 것처럼, 단일한 구조적 부정의에 맞서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다. 해방에 대한 다양한 요구들은 조화롭기보다는 때로 불화하며 반목하고 대립한다. 그 속에서 차이를 가로질러 연대를 추구하는 과정은 종종 너무 이상적인 소리로만 간주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젠더 부정의에 맞서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불가피한 선택지이다. 지배와 억압에 대한 투쟁에서는 “우리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 서로 다른 구조적 상황, 경험, 고통, 필요, 욕망, 요구, 각자 그것을 최선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조직의 형태를 상호 인정할 때 가장 큰 진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제11테제) 수많은 부정의들이 서로 복잡하게 매여 있는 사태를 직시할 때, 그리하여 ‘정체성 정치’와 ‘계급 정치’ 사이의 해묵은 분열을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 국제주의, 생태주의와 반인종주의와 결합된 반자본주의적 페미니즘의 물결은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해방의 잠재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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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동안의 거짓말 -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 강세영.신영희.임현희 옮김 / 푸른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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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음. 근대 이래 여성과 전문가 사이의 관계 변동을 잘 요약하며 비판적으로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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