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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ㅣ 상상 그림책 학교 16
사노 요코 지음, 엄혜숙 옮김 / 상상스쿨 / 2017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는 따듯하게 우리에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세지를 준다.
글과 그림, 전반적인 분위기와 캐릭터들의 표정에서 따뜻함과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작가는 참 많은 할머니들이 있는 마을에 살게 되고, 활기차고 가끔은 발랄한 심술을 부리는 매력적인 하숙집 주인 할머니와 친구가 되며 할머니들을 바라보았던 시간들을 아름답게 추억한다. 그 따뜻한 시선이 이 책에 녹아든 듯 작가가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눈,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모두 따뜻한 응원과 다정하고 잔잔한 즐거움을 준다.
할머니는 아주 건강하지만 자신이 늙은 할머니이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다고 언제나 고개를 가로젓고 하고 싶은 일(물고기 잡기)을 하는 고양이를 부러워만 한다. “나이가 많아서..” “이제는 너무 늦었어..” 라고 이야기하며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포기하는 어른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할머니의 부러워 하는 마음 안에는 아직 “하고 싶다”는 열망이 숨어 있고, 생일 초를 세야 생일 기분이 난다며 콧노래를 부르며 생일을 준비하는 면에서 생일날을 기대하는 어린아이같은 마음도 보인다.
그런데 고양이가 생일 초를 냇물에 빠뜨린 바람에 케이크에 초를 하나, 둘, 셋, 넷, 다섯, 5개 꼽고, 할머니는 5살이 된다. 5살이 되어 뭐든 할 수 있게 된 99살 할머니의 천진하고 즐거운 하루를 따라가면 “5살이니까!” 라며 낚시도 가고, 꽃이 핀 들판을 뛰어다니고, 냇물을 껑충 뛰어넘으며, 냇물에서 첨벙거리며 물고기를 잡고 씩씩하게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며 논다. 마음이 어려지니 예쁜 꽃도 보이고 꽃향기도 느껴진다. 새가 된 듯, 물고기가 된 듯 자유롭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부디 이런 어린아이같은 천진함을 잃지 말고 이 아름답고 즐거운 세상을 즐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지막에 할머니는 “야옹아, 내가 왜 이제야 5살이 되었나 모르겠구나. 내년 생일에도 초를 꼭 다섯 개 사렴.”이라며 활짝 웃는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시도한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응원을 받는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는 반복에 있다. “하지만…”,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참 그렇지!”, “5살이 되니 ~가 된 것 같아” 등 반복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특히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 읽는 재미를 준다. 특히 “아참, 그렇지! ~해도 되겠네!”하는 부분의 반복은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나는 이 책을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모든게 새롭고 즐거운 모험하는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하지만..”이라며 나이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이것도, 저것도 못한다고 버릇처럼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는 우리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내 마음을 바꾸면 나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