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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션 B. 캐럴 지음, 김명남 옮김 / 지호 / 2007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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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언어- 판타지, SF 그리고 글쓰기에 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조호근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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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 저격수의 고백- 세계 경제의 뒷무대에서 미국이 벌여 온 은밀한 전쟁의 기록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05년 4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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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에 키스하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 물론 재미없는 책이라고해서 읽을 가치가 없다거나, 시간이 아까운 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처음에는 재미없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읽고나서 '이렇게 재미있는걸 왜 몰랐을까?' 하는 경우도 많다. 재미있는 책의 경우는 다른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지금 첫장을 펼친 이 책이 재미있는 책이기를 바라면서 읽기 시작한다.

그런면에서 지금까지 내가 읽은 조너선 캐럴의 책은 모두 재미있는 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 사람의 책은 이야기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통 감잡을 수 없도록 만들면서도, 다음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의 중요한 미덕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 손에 잡은 '벌집에 키스하기' 역시, 아침밥 먹기 전에 잠깐 짬을 내 읽기 시작한 것이 저녁 무렵에는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들 정도로, 강한 재미를 갖춘 작품이다. 

내용은 유명작가인 주인공이 자신의 어린시절에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형식은 미스터리이지만 단순히 살인범이 누구이냐를 단선적으로 쫓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층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작인 '웃음의 나라'와 상당히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읽으면서는 두 소설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다가, 리뷰를 쓰려고 되돌아 보다가 비슷한 점을 깨닫게 되었다. 주인공이 '일종의' 작가라는 점, 이야기의 진행이 작품을 쓰는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다소 '비현실적인' 여주인공이 나타나 주인공을 돕는다는 점, 그리고 공통된 두 여주인공의 운명 등... 하지만 역시 분위기랄까, 환타지로 풀어낸 이야기와 미스터리로 풀어낸 이야기의 차이인듯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우리를 데려가는 곳에서 작가가 준비한 진실이 밝혀질때 느껴지는 소름이 돋는 듯한 으스스함은 동일하다.  

중간에 성경의 욥기 일부가 번역되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번역될 수 있다는 것에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이 몸을 진흙으로 빚으셨음을 잊지 마소서....

  그러시면서도 속생각은 다른 데 있으셨군요

   그러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죄를 짓는가 지켜보시다가

   그 죄에서 풀어놓아 주시지도 아니 하십니다

   악을 행하였다면 양화를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잘못한 일이 없다고 하여도

   머리를 쳐들 수는 없는 일,

   아, 진저리쳐지도록 당한 이 수모가

   지긋지긋하도록 괴롭습니다

   어찌하여 나를 모태에서 나오게 하셨습니까?

로져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를 읽고 전도서를 읽게 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이 구절을 읽고 나서도 역시 욥기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접했던 그 난해한 번역이 떠올라 포기하고 말았다. 이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라 단지 쉬운 번역만이라도 되어 있었다면 읽어볼 마음이 들었을텐데... 여하튼, 인용한 욥기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인생에 대한 사색 중 중요한 하나이다. 착하게 산다고해서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행한 자가 반드시 징벌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우리 삶의 피할 수 없는 부조리함을 이야기 하는 듀런트. 언제든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프레니의 공포. 한 번 밖에는 없는 삶을 위해 더 많은 경험을 추구하는 돈주앙과 같은 삶을 살아간 폴린 등... 이러한 삶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은 'The Wooden Sea'에서 더욱 더 깊이를 더하게 되는데, 작가의 깊이 있는 철학적 성찰 역시 이 책을 곱씹어 읽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작가의 장점이랄까? 다른 작품에서도 느낀거지만, 과거에 소박했던 미국 소도시의 삶을 묘사하는데 무척이나 뛰어난'듯'하다. 여기서 조건을 붙인 이유는 내가 작가가 묘사하는 그 시절 그 장소를 경험해 보지 못한 탓이 크지만,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미국적인 삶에 대해 옅본듯한 느낌이랄까, 우리의 70년대 삶이 잘 묘사된 영화를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를 '미국의 소박한 소도시 삶 묘사 전문 작가' 로 불러도 손색이 없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책을 덮고 나서 여주인공의 운명과 엇나간 사랑에 가슴이 아팠지만(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일까?) 어쩌면 여주인공의 존재야 말로 이 소설에서 부족했던 환상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다른 인물들과는 대비되는 여주인공의 행동이나 성격 등을 볼때 마치 주인공인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실체화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베로니카와 폴린은 모두 삶을 경험하길 갈망하였고, 다른 이들의 기준에 맞추기 보다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자신의 기준으로 삶을 풀어나간 여자들이다. 그들에게 다른 이들의 도덕이나 종교적인 판단은 의미 없는 것이었으며 오로지 '경험'을 추구한 그녀들은 결국 부당한 운명을 맞게되지만, 어쩌겠는가? 삶이 원래 그런 것을. 알면서 벌집에 키스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삶은 우리에게 바로 그것을 강요한다. 우리앞에는 단지 키스한 뒤 그 결과를 겪거나, 행하지 않고 후회하며 살아갈 선택만 남아 있는게 아닐까?

소개글에 따르면,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다음 작품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다시 한번 기쁜 마음으로 '구매' 버튼을 누를 것이 확실한 'The Marriage of Sticks'가 빨리 출간되기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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