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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현재사 - 당신이 말하는 청년은 ‘우리’가 아니다
김창인.전병찬.안태언 지음, 청년담론 / 시대의창 / 2019년 1월
평점 :
며칠 전, 졸업식 때문에 학교에
다녀왔다. 20대 대학생활에서 동고동락한 동기들이 졸업하는 날이었다.
학교 곳곳에 걸린 현수막과 곳곳에서 학사모를 쓰고 기념촬영을 하는 풍경을 보며 처음으로 대학 졸업식 풍경을 경험해 보았다. 대학에 입학한 날부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던 동기들과 같이 사진을 찍으며 축하의 인사와 꽃다발을 건넸지만 내심
그들 중 아무도 취직에 성공한 이들이 없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한 친구는 재학생 신분이 채용에
유리하다며 졸업을 유예한 적이 있지만 결국 취직에 성공하지 못한 채 졸업을 하게 되었고 다른 한 친구는 자신의 전공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졸업
후 다른 공부를 하며 시간을 갖겠다고 이야기했다.
바야흐로 단군 이래로 최대의 실업난이라고 한다. 내 친구들만 봐도 정말 그렇다. 학교에 다닐 때 교수님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한편 후배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 친구들은 이제 20대 백수가 되었다. 4년제 대학의 상경계열 출신인 이들도 취업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과 똑같이 취업 전쟁에 시달릴 것이란 생각을 하며 남은 동기들과 신세한탄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뉴스에서 떠드는 것이 정말 현실이구나. 전역하고 나니까 취업난이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구나. 남들은 부지런히 취업준비를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구나. 그렇게 침울한 대화들을 나누며 가장 먼저 취직하는 사람이 술 사기로 내기를 하기로 하며 웃고 떠들었지만 모두가
마냥 편하게 술을 마실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의 대학 동기들과는
달리 고등학교 친구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을 포기한 후 공시를 준비하며 노량진에서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고 전문대에서 자동차 관련 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도,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벌써부터 전공 공부에 매진하는 친구도 있다. 사실 모든 20대가 4년제 대학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더 세세하게 분류하자면 모든 20대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것도 아니며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사회에 뛰어든 친구들도, 전문대로 진로를 결정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 중에는 당연히 벌써부터 돈을 벌고 있는 이들도 있으며 반대로 내 대학 동기들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백수들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청년이라 호명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굉장히 협소한 의미에서의
청년에게만 국한되는 듯하다. 『청년현재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실 작금의 청년 문제는 ‘인서울 4년제 화이트칼라
대학생’이 겪는 문제로 환원된다. 요컨대 ‘대학도 좋은데 나온 친구가 왜 취직을 못할까?’로 대변되는 뉴스의
카피라이트를 보고 있노라면 전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일하는 내 친구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시에 전념하는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언론과 매체가 다루고 싶은 청년의 표본은 결국 청년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대학을 다니지 않거나 서울에 거주하지 않거나, 취업을 준비하지
않거나 하는 무수한 청년들의 다양성이 사회가 생각하는 하나의 표준적인 청년상으로 환원된다.
결국 문제는 청년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타자라는 지점에 있다. 철 지난 민주화 세대에게는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들’로, 그 시대에
시기를 잘 타고나 성공한 이들에게는 ‘노력이 부족한 세대’로
비춰지는 오늘날의 청년들은 항상 타자화되었고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그들에 의해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호명되어왔다. 타자화된 청년들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청년현재사』가 수행한 인터뷰는 바로 그러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던 이들의 목소리를 추출하는 일, 동일성으로만 간주되던 청년 집단의 다양성을 포착하는 일, 그리고 스스로의 언어로 스스로의 문제를 표출하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낡은 세대와 싸워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는 논의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되지만 『청년현재사』가 유의미한
지점은 바로 소외된 청년들의 언어와 목소리를 수집한다는 작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