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문학과지성 시인선 452
김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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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소년이 있었다


새가 되어 날아갈 것 같아요

소년이 내게 말했다 고요히

나는 소년의 솜털 부숭한

귓불을 쓰다듬었다 이따금 

소년의 귀에선 내가 쓰다 버린

문자들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 문장들을 기워

새를 만들었다 그보다는

내 가슴을 오려

새를 만들었으면 좋았을걸

어두운 벤치 위에 소년은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가쁜 숨 몰아쉬며

눈동자를 흐리며 그만

눅눅한 공기 속으로 소년은

깃을 치며 날아갔다

나는 그저 돌아갈밖에

얇고 여린 소년의 껍질이

어깨 위에 가볍게 걸쳐진 채

자꾸 나부끼던 밤이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

화자 객관화하기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하기

시를 잘 쓰려면 이런 걸 해야한다고 한다


김근 시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익숙했었는지를 잊어버릴 정도로 낯설었다

너무 낯설어서 익숙해질 때까지 들여다본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낯설다

익숙해지지 않은 낯설음

어두워서 빛나고

낯설어 익숙하고

알수 없어 알게 되는

낯설기란 이런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휘청거리는 바람이 불 때

달콤한 슬픈 종족이 되어

둥둥 떠나디는 섬

호리병 같은 시간안에서

가슴을 오려 만든

온몸에 새겨진 말들의 무늬

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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