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내게 책을 보는 것보다 사는 것을 더 좋아한다라고 한다.

난 반박할 수 없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니까...

책장에 쭉 꽂혀있는 장서를 보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보기만해도 배부르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요즘에는 이런 즐거움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책 값은 올라가는데 용돈은 제자리걸음이니 먼지만 쌓였던 서가의 책들이 하나둘 세상 구경을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보고 싶은 책에 마냥 눈도장만 찍을 수도 없고 도서관에서 대출하려해도 한달여를 기다려야 할 때면 확 질러버려야지 별 수 있겠는가. 게다가 도서 구입인 취미를 악용하여 아내는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책을 은근히 내게 구매하게끔 유도한다. 용돈 인상율은 인플레이션과 은행 이자율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유일한 협상 창구인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다.

결국 아내가 보고 싶어하는 책을 어디서 구매할까하다 은근한 재미에 각종 인터넷 서점을 웹서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한 알라딘 중고샵.

합리적인 가격에 새책과 다름없을 정도의 품질은 이미 다른 서점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아내가 원하는 책을 구입하려 왔다가 어느새 장바구니에 책을 수북하게 담고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구매팁이라고 말하기는 쑥스러운 나만의 구매방식을 얘기해 볼까 한다. 다분히 빠듯한 주머니 사정과 도서 쇼핑 중독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나 할까.

회사에 매인 몸이다보니 알라딘 중고샵을 수시로 들락거리기는 쉽지 않다. 가끔 불쑥불쑥 찾는 정도라고나 할까. 아직은 개인으로부터 구매는 하지 않고 알라딘에서 판매하는 것만 이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배송의 신속성과 여러 편의성들을 고려하다보니 1:1 거래는 자제하는 편이다. 덕분에 선택의 폭이 상당히 줄었지만 그만큼 지름신의 유혹에서 조금은 비켜나 있다.

알라딘에서 판매하는 중고 책들만 구매한다 하더라도 무작정 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특히 지금처럼 분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진흙에서 진주고르기인 듯 하다. 문제는 진주가 너무 많다는 것이지만...

그래서 일단 관심있는 책은 무작정 장바구니에 넣고 본다. 마구마구 넣고 장바구니가 가득 찰 때쯤 개별 검증에 들어간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훑어 볼 수 없으니 목차, 소개글, 리뷰 등을 참조해서 정말 관심있는 옥석만 가려낸다.

이렇게 지름신과 맞서 싸워가며 몇 권의 책만을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결재를 하려는 데 주문 실패.오잉!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확인하니 이미 다른 사람이 결재해서 품절이란다. 지름신과 투쟁하는 동안 인기만점 내가 고른 책은 다른 사람의 품 속으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좌절모드였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나 못지 않게 다른 사람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만큼 나의 관심을 촉발시켰으니 다음을 기약하면 될 일이다.

결국 보관함에 쌓여가는 책만 늘어나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때까지 볼 책은 넘쳐나니 말이다. 뭐, 정 급하면 새책을 사면 되고...

특히 중고샵을 이용하며 좋았던 것은 주간 베스트셀러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새책을 구입할 때는 요즘 어떤 책이 인기있나 살펴보고는 했었는데 중고샵에 새로 등록되는 상품은 이와는 무관하니 말이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원주인의 손을 떠나 새주인을 찾기 위해 시장에 나온 순간 내 관심도 그 다양한 책들과 함께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신중 구매와 충동 구매의 조합점을 찾으며 오늘도 알라딘 중고샵을 기웃거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