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봄볕어린이문학 21
이소완 지음, 모예진 그림 / 봄볕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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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고향집 앞 들판은 밤새 내린 눈으로 덮여 있었다. 차례는 지내지 않더라도 성묘는 가야 했다. 우리 가족은 눈이 녹아 땅이 질퍽거리기 전에 서둘러 다녀오기로 했다. 들판을 가로 질러 산소에 가는 길목, 논두렁에서 누렁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의 앞다리를 들며 장난을 친다. 시골에서도 강아지는 목줄을 달아 키우는 데 오랜만에 보는 재미난 광경이다. 두 형제는 멀리서 우리를 보자마자 신나게 달려왔다.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 집에서 자라서 그런 지 사람들이 반가운 모양이다. 문득 어제 읽은 동화책이 생각났다. 누렁이 두 형제는 탱이의 새끼들일까?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는 아프다고 보면 아플 수 있는 가정의 ‘무거움’을 겪고 있는 두 어린이 ‘맹물’과 ‘콩짱’이 깜돌이라는 강아지를 만나 일어나는 일화 속에서 ‘무거움’을 받아 들이고 마음을 키워가는 성장 동화다.

싱겁고 눈물이 많다는 뜻으로 지어진 맹물 은영이에게는 항암 치료를 받는 엄마가, 몸집은 콩알만 한데 기운은 짱짱하다는 콩짱 은우에게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살고 있다. 이 둘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추리닝 아저씨와 산책나온 깜돌이를 만나게 되는데, 깜돌이와 산책을 하며 에피소드가 일어난다.

조연들의 역할도 읽는 내내 찰진 맛을 안겨 준다. 전문성을 겸비한 조연들은 주연배우 맹물과 콩짱을 성장시키는 데 일조한다. 우선 할머니는 당신의 경험을 발판으로 강아지와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 지 훈련 시키는 법을 아이들에게 코칭을 해준다. 그냥씨는 옷가게 디자이너의 기본역할은 물론이고 깜돌이를 중심으로 연결된 공동체의 장소를 제공하고 구성원을 배려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나약한 캐릭터이지만 얼쑤 아저씨의 시험 합격, 이혼했지만 엄마 역할을 다하려는 콩짱 엄마의 조연은 자칫 우울할 수 있는 동화분위기에 미래의 빛을 밝혀 준다.

초등학생을 염두해 두고 쓴 동화라고 하지만, 맹물과 콩짱의 시각이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어 성인이 읽기에도 달콤새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이웃집 토토로처럼 한 편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 했다.

짧은 이야기이나, 사계절이 담겨있다. 작품 속 시공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워,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맥락을 이해하는 힘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벚꽃 필 무렵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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