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유지연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6월

올해로 서울살이 11년째다. 인생의 1/3을 서울에서 살게되었고, 앞으로 남은 생도 서울에서 계속될 것이다. 서울은 굉장히 복잡하고 피곤하면서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곳이다. 매일 ‘어우 복잡해!’를 외치면서도 쉽사리 서울을 떠날 결심을 하기 힘든 건, 먹고사는 일을 떠나서, 서울이 지닌 양파같은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나는 익숙한 이 도시를 다 모르고, 양파 껍질을 벗겨내는 속도보다 새로운 껍질이 생겨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뭐든 쉽게 질리는 나에게, 서울은 끝없는 재미를 보장하는 공간이다. 

서울은 유행이 정말 빠르다. 작년에 유행했던 핫플이 내년에는 사그라들기도한다. 이 초고속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서울 라이프 스타일 기획자들»을 읽어보았다. 브랜드들이 지니고있는 디테일들을 보기를 좋아하다보니, 읽기 전부터 흥미가 가득했던 책이었다.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글은 그동안 정말 많이 보았지만, 그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작은 브랜드들의 기획자들의 시선에서 트렌드를 보는 일은 정말 낯설면서도 귀했다. ‘밀리언 아카이브’의 ‘어글리 스웨터 숍’에서 양손가득 스웨터를 사들고 나오면서도 ‘밀리언 아카이브’의 속내를 들여다볼 생각은 못했던 소비자였는데,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영감과 일에 대한 생각을 읽다보니, 내 소비 경험도 덩달아 의미를 가지는 느낌도 들었다.

언젠가는 내 공간을 가져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1인으로서, 생각할거리가 많은 재밌는 책이었다. 주말에 돌아다닐 서울에는 또 어떤 숨은 이야기들이 있을지, 내가 돈을 쓰게 만드는 공간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주말을 보내보아야겠다.

이 책은 문장을 옮기기보다, 기획자들의 문답을 그대로 올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 책을 찍어보았다!

[100자평] 개인적 기억

개인적 기억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9
윤이형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기억과 망각의 힘과 사랑에 대해서

후회에서 희망으로

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후회’라는 공을 ‘긍정’ 또는 ‘부정’이라는 상자에 넣어보라고 한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부정’ 상자에 공을 넣을 것이다. «후회의 재발견»의 저자다니엘 핑크는 그 공을 다시 꺼내어 ‘긍정’ 상자로 옮겨 넣는다. 후회의 껍질을 벗겨보면, 그 안에 희망이 자리잡고있기 때문이다.

믾은 사람들의 인생은 아마 후회로 가득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만해도 ‘이번주에 힘들어도 이미지 작업 좀 해놓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하며 아침을 맞았다. 후회에는 역시 찝찝함이 동반된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 “다음에는 미리 날을 정해서 꼭 작업해야지”같은 발전된 생각을 얻거나, “적어도 오늘 아침에는 시작했는걸!“이라고 생각한다면 후회는 내일의 나를 키울 양분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진리인데, 후회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갇혀있었던 건 아닐까 되돌아볼 수 있었다.

다니엘 핑크의 후회에 대한 접근법이 참 좋았다. “실수해도 괜찮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 다음엔 이렇게 해볼까?”를 제안해주는 시선이었기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선이 저자 개인적인 해석이 아닌 점도 좋았다. 저자는 다양한 미국 내 조사 자료-주로 후회와 관련된 조사-를 사용해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역시 나만 그러는게 아니군’과 같은 생각과 더불어 신뢰를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니엘 핑크는 후회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적이라 함은, 때로는 실수를 하더라도 결국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를 뜻할 것이다. 더욱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후회를 희망으로 만드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 미루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ㅣ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시리즈
헤이든 핀치 지음, 이은정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8월

지독한 프로미루기러에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기’와 같은 솔루션은 ‘말은 쉽지’로 들리기 십상이다. 20년을 넘게 미루는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다이어트가 힘들어요’라는 사람에게 ‘먹지말고 운동하세요’라는 답을 주는 것과 다를 게 뭔가!

미루는 습관을 고치고싶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건 천편일률적인 미루지않는 비법보다는, 역시 일을 미루는 원인일 것이다. 스스로도도 그 이유를 찾기 힘드니까 말이다. 그 측면에서 «게르은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은 정말 엄청난 책이다. 저자 헤이든 핀치는 미루는 원인을 알아야 그에 맞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역시 다양하다. 아주 평범한 뇌의 작동 방식일 수도 있고, 마감효과를 누리기 위한 능동적인 미루기일 수도 있으며 정신과적인 문제가 동반될 수도 있다. 저자는 미루기의 원인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7개의 솔루션을 나누어 제공한다. 

항상 일을 미루지만, 책임감 때문에 어떻게든 일을 끝내는 습성 덕에 큰 피해를 입은 적은 다행히 없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와 같은 말이 생기면서 스스로의 이런 습관을 조금 긍정해줄 순 있었지만, 그래도 미루는 습관을 고치고싶은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읽고 실천해보고싶은 책을 만났고, 내년 새해에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미루는 원인부터 알고싶은 프로 미루기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미루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습관을 유발한 기본적인 원인을 알면 유효한 치료법을 알아낼 수 있다.

이 과정을 건너 뛰고 일단 되는 대로 고쳐보려 한다면

결막염에 항히스타민제를 쓰는 셈이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패의 실력, 홍선기, 의미와 재미

실패의 실력 -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성장에 이르게 하는 힘
홍선기 지음 / 의미와재미 / 2022년 9월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 사이 어딘가의 책이다. 그와 동시에 플롯도 굉장히 흥미롭게 쓰여졌다. 작가의 임팩트 있는 사건 몇 가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반복적으로 등장한 사건들 덕분에 손에 땀을 쥐듯 읽을 수 있었다. '아니 이렇게 성공적인 사업이 도대체 왜???'라는 마음으로.

성공하는 순간의 시점에서, 실패의 시점에서, 그리고 다시 돌아본 그 성공의 이유까지 참 다채로운 시점에서 그 사건들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번 본 이야기라서 읽다가 내적 친밀감이 쌓이기도 한다. '그래 그때 그 사건이구나'하면서 읽게 되는 느낌.

자기계발서 측면에서도 메세지가 명확하다. 사업하시는 분이라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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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건, 내가 보기에 그의 실패는 핑계가 충분한 실패였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지 않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의도치 않게 권력자와 엮여 들어갔고, 코로나 또한 개인이 피할 수 없는 재해였다. "재수 없었다"라는 핑계를 대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았고, 힘든 시간이 있었을지언정 툭툭 털고 결국 일어났다. 본인의 아쉬웠던 점을 끈질기게 파헤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단하게 찾아냈다.

실패담을 이렇게 솔직하게 풀어내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아는 사람이 보기에 부끄러울 수도 있는 내밀한 감정을 풀어낸 작가가 참 강인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 작가는 지금까지 본인의 삶을 블랙 코미디라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독자로서 느끼는 그의 삶은 위기-절정을 지나는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 또 분명 크고 작은 실패들이 그의 인생을 가로막겠지만, 그는 실패들의 손을 잡고 행복을 향해 단단한 걸음을 또 내디딜 것 같다. 이 영화의 끝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풍겨진다.

지금 읽는 책은 홍선기 작가님의 실패 에세이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이 실패들을 딛고 일어난 후일담 에세이를 읽어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