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사피엔스 - 우주의 기원 그리고 인간의 진화
존 핸즈 지음, 김상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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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인류의 대서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책

문과생들이여 어디 한 번 덤벼 보아라 (?)

 

이 책은 제목 우주의 기원 그리고 인간의 진화의 내용을 성실하게 담고 있다. 5 페이지를 꽉 채운 전문가들의 추천사가, 52 페이지를 채운 참고문헌의 양이, 12개월이라는 번역에 걸린 시간이 그 성실함의 물리적 근거이기도 하다. 식물학자의 노트의 저자는 평생을 식물을 연구했지만 죽을 때까지 식물이 무엇인지 다 알 수 없다는 자기고백을 책에 남겼다고 한다. 식물하나에 대해서만 연구하는 서도 그럴진대 우주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머리를 뜯으며 수십 년을 연구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 수고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4부로 되어 있고 챕터 안에서 작은 장으로 소주제를 분류하여 각 내용을 섬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문과생으로서 주관적으로 난도는 다음과 같았다.

 

1부 물질의 출현과 진화 ★★★★★

2부 생명의 출현과 진화 ★★★☆☆

3부 인류의 출현과 진화 ★★☆☆☆

4부 우주적인 과정 ★★☆☆☆

 

각종 과학 용어와 기호와 수식들이 쏟아지는 몇몇 순간에는 이 책을 덮어 버릴까 싶다가도 저자가 사유하며 관통한 세계가 의미 있게 다가와 910 페이지의 본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게 된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시의 구절과 같은 유려한 문장의 아름다움도 정신줄을 붙드는 데 한몫한다. 기억해 두고 싶어 따로 메모한 책 속의 구절 몇을 소개해 본다.

 

-별들은 공간에 아로새겨져 있고 팽창하는 것은 그 은하 사이의 공간이다. (78)

-우주의 경계 조건은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우주는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다. 그냥 거기 있을 뿐이다. (106)

-출현한 생명체는 그 이후 마치 전염병처럼 이 혜성에서 저 혜성으로, 이 항성계에서 저 항성계로, 급속히 전파되어 마침내 전체 우주를 뒤덮었다. (373)

-이와 유사한 생각 끝에 당신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 (중략) -은 생명력이나 생명의 영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710)

 

이 책의 1부를 읽을 때는 우주의 시작과 우리가 모르는 우주를 상상하게 되고, 2부에서는 각종 종교적 상상력이 더해지며, 3부에서는 세계사가 떠오르고, 4부에서는 우주적 과정으로서의 인간 진화에 한 통찰과 결론을 내리며 과학의 한계가 무엇인지도 겸하여 전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이 내용으로 다큐 시리즈를 만들어 주면 세계의 과학자, 철학자, 인류학자와 그 분야의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전문 용어의 속출에 부담이 느껴질 때는 각 장의 마지막에 결론으로 갈무리되어 있는 글을 먼저 읽고 그 내용을 서술한 앞 내용을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책에서 다루는 우주의 기원 그리고 인간의 진화의 기존 연구나 내용은 과학적 근거나 인류학적인 연구를 큰 근거로 두고 있다. 그 와중에 책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진화의 힘이 있다면 그것은 함께함이라는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서로 교감하는 개체를 가장 많이 가진 공동체가 가장 잘 번성하고, 가장 많은 자손을 기를 수 있다. (420)

-같은 종 내의 개체들 간에 무자비한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중략) 내가 보기에는 생명의 유지, 종의 보존, 그리고 진화에 가장 중요한 특징이 아닐까 싶은 상호부조의 현실을 확인했다. (428)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단세포 유기체, 진핵세포 내의 세포기관, 다세포 유기체 내의 진핵세포들, 그리고 식물은 물론이고 곤충에서 영장류에 이르는 동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수준에서, 생명의 보존과 번식에는 협력이 경쟁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598)

 

현재의 내가 지식의 총체인 벽돌책인 이 책을 만나고 읽을 수 있는 것은 우주가 시작되고, 태초의 인류가 시작되어 그들이 상호부조하며 협력하며 살아온 통시적인 결과인 것이다. 과학적인 사유에서 시작하여 철학적, 종교적 사유를 넘나들며 새로운 지식을 채워가는 묵직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책이다. 한 번 읽고 털어내기에는 아까운 책이어서 책장에 두고 꽤 오래 다시 들여보지 않을까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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