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한 마야
멀린 페르손 지올리토 지음, 황소연 옮김 / 검은숲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다정한’이라는 수식어도 타인에 의해 획득할 수 있다. ‘다정한 마야’ 역시 타인이 생각하는 마야의 모습일 뿐이다. 마야는 사람들이 자신을 세바스티안의 여자친구가 아닌, 영약한 부잣집 여자애가 아닌, ‘마야’로 봐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마야 역시 무엇이 진짜 ‘마야’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마야의 선택으로 발생한 일일까? 마야는 말한다. 다른 수많은 여자들을 택할 수 있음에도 세바스티안은 자신을 택했다고. 세바스티안이 마야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겠지(세바스티안 탓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마야는 주체적으로 선택한 사항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세바스티안이 자신을 선택했기에(유치원 때부터) 그와 연애를 하고, 파티에 참가하고, 마약을 하고, 세바스티안을 돌보는 등. 마야는 그저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닌다. 사미르와의 관계도 깔끔하지 못하고.


마야의 행복을 마냥 빌어줄 수 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마야가 죄책감에 잠식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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