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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
모리 다쓰야 지음, 전화윤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인간은 왜 죽는걸까?", "나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다들 한번쯤은 곰곰히 생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자기전 침대에 불을 끄고 누웠을때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고, 당연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막연한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은 '인간은
왜 죽는가',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 '누가 죽음을 결정하는가'등의 누구나 궁금증을 가져봤을 법한 철학적인 질문들에 대해 일본 최고의 과학자들과 질의응답한 기록을 엮은 책으로, 일본에서는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私たちはどこから来て、どこへ行くのか>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었다. (폴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서 따왔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보다 주제를 관통하는 타이틀인 것 같다.
사실 고등학생때는 과학수업을 들을 때
원론적인 부분이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과학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비교적 재밌는
언어나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문과에 진학했었고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읽으려고 집어든 것은 나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책을
소개하는 카피라이트에는 '순도 100% 문과형 인간이 묻고
일본 과학계 최고의 지성이 답하다'라고 되어 있었고, 나
역시 순도 100%의 문과생이기 때문에 항상 궁금했던 철학적인 질문들을 문과형 인간이 저자가 손쉽게
풀어서 전달할 거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 중 세계와 우주는 인류를 탄생시키지 위해 만들어 졌다는 '인류원리'와 '다중 우주'에 대한
가설은 흥미로웠으며, 진화론에 대해 읽으면서 이에 관한 유명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꼭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고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은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들이 책을 펼친 챕터 초반부터 이어지고, 물리학, 인류학, 생물학 등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는 나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이 힘들었다. (저자인 모리 다쓰야는 절대 100%문과형 인간이 아니며 과학에 대해 꽤 공부를 하고 그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고민을 하는 정도는 된다.)
또,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모리 다쓰야와 과학자가 서로 이야기한 것을 녹취하여 기록한 것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과학적
이론들에 대해 독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각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저자와 과학자가 이야기를 하고 또 논쟁을 벌이다가, 결론적으로 답에 도달하지 않은 채로 마무리
된다. 결론 부분에는 저자의 생각을 좀 더 이야기 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은 과학입문서 쪽은 아니라
나 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보다는 어느 정도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저자의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을 읽으며 같이 고민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