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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곽미경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월
평점 :

"제가 지은 이름은 빙허각이옵니다."
"오! 빙허각! 빙허각이라 참으로 특벼란 이름이구나. 무슨 뜻이냐?"
"기댈 빌, 빌 허, 집 각, 빙허각이온데 '허공에 기대어 산다'라는 뜻으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담은 이름입니다." -p.107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은 실제 있었던 빙허각이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 장편 소설이다. 빙허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빙허각은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여자 주인공이자 한중일 3국 실학자 99인 중에 유일하게 여성인 실학자이며, <청규박물지> 및 <규합총서>의 저자에 자동약탈기를 발명한 인물로, 요즘말로 표현하자면 사기캐로 웬만한 남자들보다 똑똑해서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며, 활도 잘쏘고, 화술도 뛰어나며 게다가 외모까지 빼어나 왕인 이산의 마음까지 빼앗았던 인물이다. 세손인 이산이 빙허각에게 푹 빠져 궁에 들라고 말하는데 빙허각이 거절하지 않았다면 왠만한 막장 드라마 뺨치는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인은 빙허각의 뛰어난 학식과 재주를 높이 사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벼슬을 할 수 없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오. 조선이 청나라처럼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성의 계몽이 중요하다는 것이 과인의 신념이오. 빙허각은 먼저 조선 백성의 반이나 되는 여인들을 계몽하는 책을 언문으로 집필하여 사방에 그 혜택이 미치게 하오." -p.284
최근 페미니즘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며 관련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의 저자는 여자 주인공 빙허각이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선언하고 실천하면서 남편인 서유본을 포함한 다른 남자들과도 잘지내는 관계를 보여줌으로서 현 시대의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여성인 빙허각의 시점에서 남성과 대립하고 싸우기 보다는 평등하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말 이상적인 모습으로 현 시점에서는 당장 이루어 지기 힘들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은 최초로 읽어본 조선시대 배경 역사 소설이자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두꺼운 책으로 (450페이지) 두꺼운 소설은 오래 읽지 못하는 나에게는 여러모로 도전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넘어가서 읽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