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전히 빈손으로, 태양빛이 가득한 빈터를 뒤로하고 어두컴컴한 나무의 바다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그곳에는 작은 오솔길이 나있다. ... 나는 그길을따라 조금씩 시간을 들여나간다. 언덕을 오르다가 다시 조금 내려간다.커다란 바위를 우회하고 다시 오른다. 대개가 오르막길이지만 그다지 급한 경사는 아니다. ...

...

나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거기에는 전혀 본 적이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나를 격려해 줄 만한 것은 무엇하나 보이지 않는다. 나무 줄기가 겹쳐 시야를 불길하게 가로막고 있다. ... 걱정할 것 없어. 나는 나자신에게 그렇게 타이른다. 길은 거기 있어. 거기에는 내가 걸어온 길이 엄연히 있다. 그것을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원래의 빛 속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변의 카프카 상>,무라카미 하루키, pp.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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